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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르포]文대통령 찾았던 서남해풍력, 팔벌린 거인이 만든 청정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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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고창(전북)=안재용 기자]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2만가구에 전기공급…이익공유로 주민반대 풀어내]

지난 21일 찾은 전라북도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항. 스무명을 태운 작은 통통배가 15분여를 달리자 바다 위에 선 거대한 바람개비 20개가 눈에 들어왔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는 풍력발전기에 달린 길이 65m 날개 3개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돌아가고 있었다. 최고 높이 157m, 남산타워 4층에 달하는 거대한 풍력발전기 20대 앞에 서자 몽둥이를 휘두르는 거인을 만난 듯 했다.

전북 고창군과 부안군 앞바다에 위치한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는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건설된 두 번째 해상풍력단지다. 풍력발전기 부품 중 75%(부가가치 기준)가 국산품으로 구성됐다. 실증단지는 2013년 7월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2017년 5월부터 착공해 지난 1월 완공됐다. 지난 7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찾고 "2030년까지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설치된 발전기는 두산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3MW(메가와트)급 'WinDS3X/134'이다. 새로 개발된 탄소섬유 블레이드를 이용한 풍력발전기 17기와 기존 유리섬유를 활용한 발전기 3기가 설치돼 있다. 실증단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규모는 총 60MW로 부안·고창 지역 주민 2만가구에 전기공급이 가능하다. 사업비 3718억원이 투입돼 건설됐다.

한국해상풍력과 두산중공업은 지난 7월 체결된 서남해해상풍력 추진 협약에 따라 2조4000억원을 투입해 실증단지 인근 바다에 400MW 규모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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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해상풍력단지에 건설된 해상변전소/사진=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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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기 인근에는 해상변전소가 건설돼 있다.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2000MW 규모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개발에 대비해 지었다. 일반적으로 전기는 전압이 높을수록 송전과정에서 유실되는 전력량이 줄어든다. 변전소는 터빈발전 전압 22.9kV를 154kV로 승압해 서고창변전소로 송전한다. 해저케이블은 2m 깊이로 매설돼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육지로부터 10km 떨어진 바다에 건설됐다. 해저케이블 설치비용 등이 많이 든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발전기로부터 발생하는 소음문제에서 자유롭다는게 장점이다. 실제로 풍력단지는 배를 타고 한참 나가야 보이는 곳에 건설돼 있다.

제주도 등 남부지방에 비해 느린 풍속은 블레이드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했다.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 날개 직경은 134.4m로 제주단지에 설치된 발전기보다 43m가 길다. 터빈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이기 위해 탄소섬유 블레이드도 적용했다.

김석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제주도가 풍속이 빠르고 북쪽으로 올라올수록 느려지지만, 풍속이 느리다고 풍력발전 사업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에너지를 더 많이 잡아올 수 있는 긴 날개를 쓰고 터빈 단위용량을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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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풍력단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최고높이는 남산타워 4층 높이와 비슷하다/사진=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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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단지 개발을 가로막고 있던 가장 큰 장벽인 주민반대는 이익공유로 풀었다. 부안군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815세대가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상풍력단지가 건설되면 항행이 통제돼 어로활동이 막힌다. 그러나 서남해 해상풍력단지는 발전기 반경 100m를 제외한 지역에 항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이익공유형 모델을 제시해 발전수익을 주민에게 나눠준다. 사업비 중 약 4%가 주민투자몫으로 할당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어족자원 부분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면 오히려 주변 해양생태계가 풍부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해상풍력은 매달 발전기 인근 해양 생태계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여영섭 한국해상풍력 대표이사는 "제주해상풍력단지에서는 발전기를 중심으로 자리돔 등 물고기가 늘어나고 있다"며 "해녀들이 과거 6시간에 잡던 양이 3~4시간이면 충분하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족자원이 늘어나는 것은 해외에서도 충분히 보고가 됐다"고 덧붙였다.

고창(전북)=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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