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열흘 앞두고 공개된 영화 보랏2, B급 코미디로 트럼프 통렬 비판
펜스 부통령에도 몰카 시도...백악관에서도 촬영
트럼프 앙숙 베이조스의 아마존이 영화 공개
트럼프 측근 쥴리아니, 몰카 인터뷰 논란…"어떤일도 없었다" 해명
주연 배우는 "하늘은 알 것" 조롱
영화 보랏2의 한 장면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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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영국의 한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가 공개한 'B급' 영화가 막판으로 치닫는 미국 대선에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쥴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영화배우로부터 뼈있는 비판을 받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그의 몰래카메라에 등장하기도 했다.(아시아경제 홈페이지에서 이 기사를 보시면 다양한 영상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사샤 배런 코헨은 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변호사가 그곳에서 그가 한 일이 적절한 행동이었다면, 그가 호텔방에서 다른 여성 기자들과 무슨 일을 했는지 하늘은 알 것"이라고 말했다.
보랏 역의 배우 코헨과 쥴리아니 전 뉴욕시장(오른쪽)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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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근 아마존을 통해 공개된 자신의 영화 '보랏2'를 가리킨 것이다. 영화에서 쥴리아니 전 시장은 카자흐스탄 출신 여기자로서 영화 주인공 보랏의 딸 역할을 맡은 연기자가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가 끝난 뒤 "침실에서 이야기를 계속하자"고 말하자 흔쾌히 동의하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 자신의 바지 속에 손을 넣었다. 이 장면에 대해 쥴리아니 전 시장이 "인터뷰 과정에서 전혀 부적절한 행동이 없었다"고 해명하자 코헨이 비꼰 것이다.
이 장면은 주인공 보랏 역의 코헨이 여자 속옷을 입은 채 침실에 등장해 "내 딸은 15세밖에 되지 않았다"고 외치면서 마무리된다.
당시 코헨의 등장에 놀란 줄리아니 전 시장은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랏은 영국 출신 코미디 배우 코엔이 카자흐스탄 언론인으로 분장해 미국을 여행하면서 겪는 일들을 극본 없이 다큐멘터리식으로 편집한 영화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보랏2 영화에 자신이 등장하는 몰카 장면이 삽입된 데 대해선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그 가족의 범죄행위를 파내려는 끊임없는 내 노력에 흠집을 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코헨은 인터뷰에서 "나는 그저 모든 사람들에게 그 영화를 보라고 권할 뿐이다. 꽤 분명한 일이 있었다"며 관객들에게 판단을 맡겼다.
코헨은 몰래카메라가 촬영 중 여기자 역할을 한 배우의 안전을 위해 숨어서 현장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의 발언대로라면 상황이 악화될 순간에 자신이 뛰어들어 상황을 무마한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13년만에 속편이 제작된 이 영화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저속한 B급의 코미디가 속출한다. 그러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극우파 등 미국 정치를 둘러싼 어두운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펜스 부통령 연설장에 트럼프 분장해 나타나
코헨이 몰래카메라의 대상으로 삼은건 쥴리아니 전 시장만이 아니었다. 코헨은 지난 3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연설장에 자신의 자신의 딸을 선물로 바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 분장을 하고 나타나기도 했다. 이 장면 역시 영화에 나온다.
상황을 이해 못한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 분장을 한채 소리치는 코헨을 보고 오히려 박수와 함께 "4년 더"를 외치기 시작했고 펜스 부통령이 이에 호응해 연설을 이어가면서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베너티 페어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 장면도 실제로 지난 2월 열린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 연차총회장에서 촬영됐다. 유튜브에는 당시 코헨이 분장한채 등장한 상황과 퇴장당하는 모습, 펜스 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이 편집돼 공유되고 있다. 미 언론들도 실제 상황이었음을 확인해 보도했다.
코헨은 이번 영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 대신 맥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그의 여성 편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기소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스티븐 배넌의 이름도 등장한다.
영화에서 코헨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며 신흥 극우주의 음모론을 주장하는 큐아논(QAnon) 인사들과 대화하고 이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폄훼하는 노래도 부른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영화인 셈이다.
Trump very careful who he let into his events and house. No Covid test necessary - High 5! pic.twitter.com/Kf5gGk3n2M
? Borat (@BoratSagdiyev) October 23, 2020
트럼프도 코엔 영화에 관심…"사기꾼이고 우습지도 않다"
코헨이 트럼프 대통령도 몰래카메라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랏2를 보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코헨은 과거에도 나에게 사기를 치려고 했다. 그는 사기꾼이고 우습지도 않다"고 말했다.
코헨은 2002년 영화 '못말리는 알리(Ali G Indahouse)'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몰래카메라 인터뷰를 한 바 있다.
코헨은 이번 영화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몰카를 시도한 것으로도 보인다. 코헨이 트위터에 공개한 영화 삭제장면에서는 여주인공이 백악관앞에서 기자와 대화하거나, 트럼프의 차남 에릭과 만나는 장면도 나온다.
미 대선을 열흘 앞두고 공개된 보랏2는 극장이 아니라 아마존에서만 볼 수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저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내는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의 소유주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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