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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대기업 경영권 승계

저무는 '재계 1·2세대' 시대…젊은 총수 앞세워 '세대교체'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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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등 '한강의 기적' 세대 역사속으로…오너가 3·4세 전면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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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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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향년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한국 경제의 고성장을 이끌었던 재계 1·2세대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에 3·4세 총수들을 중심으로 한 재계의 세대교체도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재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별세와 함께 '한강의 기적'을 이끈 재계 1세대들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신 명예회장과 같은 국내 재계의 1세대 창업주 중 LG그룹의 구인회 창업 회장(1969년), 삼성그룹의 이병철 창업 회장(1987년), SK그룹의 최종현 창업회장(1998년) 등은 모두 1990년대에 별세했다. 또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2001년, 대한항공 창업주인 조중훈 한진 회장도 2002년 타계했다.

한 때 재계순위 2위까지 올랐던 대우그룹 창업주 김우중 전 회장도 지난해 말 타계했다. 31세의 나이로 자본금 500만 원을 갖고 시작해 사업을 점점 키워 창업 5년 만에 수출 100만 달러를 달성했다.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그룹은 공중분해됐다.

2세대 경영인 중에도 LG그룹의 구자경 명예회장이 지난해 12월 세상을 등졌고, 지난해 4월에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이날 하늘의 별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 1·2세대인 고인들은 한국 경제 기반을 다진 이들"이라며 "국내 경제 산업 전반에 걸친 이들의 업적과 정신은 역사 속에서 계속 회자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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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삼성 본관에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나란히 선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에 효성그룹, 현대차그룹 등 재계에 남은 80세 이상 고령 기업인들에 대한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만 85세인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1935년생으로, 현재 건강상태는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담낭암 수술 후 전립선암이 추가로 발견됐고, 부정맥 증상도 있어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효성은 지난 2017년부터 장남인 조현준 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여전히 조 명예회장의 지배력이 굳건하다고 보고 아직까지 그를 총수로 인정하고 있다.

올해 만 82세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도 지난 7월 대장게실염 문제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병원에 머물며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대장게실염은 대장벽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생긴 주머니에 염증이 생긴 질환으로, 수술 후 곧 퇴원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정 명예회장이 고령인 탓에 회복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 명예회장은 지난 14일 아들인 정의선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모두 넘겼다. 정의선 회장이 2018년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은 지 2년 만으로, 공정위가 내년 5월 정의선 회장을 그룹 총수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재계에선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전기, 수소차 등 미래차 비전을 중심으로 현대차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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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사진=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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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지만 국내 주요 2·3세 기업인 중 건강 상태가 염려되는 이들도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횡령과 배임 혐의로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중 폐질환과 당뇨, 우울증 등을 앓았다. 이 때문에 집행유예로 출소된 직후에는 미국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에 김 회장은 최근 장남인 김동관 사장을 한화솔루션 대표로 승진시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범삼성가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와 만성신부전증,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병을 동시에 앓고 있다. 지난 2013년 부인의 신장을 이식 받은 후 심한 부작용을 겪었으며, 배임·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시한부 삶을 남겨두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후 이 회장은 최근 올리브영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면서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부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는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형제의 난'을 거쳐 창업 2세대이자 둘째 아들인 신동빈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고 있다. 다만 롯데도 최근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씨가 일본 롯데에 합류한 사실이 알려지며 '3세 경영'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업에선 이미 본격적인 3·4세대 경영이 시작됐다. 3세대 경영인은 허창수 GS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이 꼽힌다. GS그룹의 경우 지난해 말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4세 경영이 본격화했다.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장남 허세홍 대표도 최근 사장으로 승진해 눈길을 끌었다.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광모 회장과 두산그룹의 박정원 회장은 4세대 경영인으로 꼽힌다. 구광모 회장은 창업주 구인회 전 회장,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에 이어 회장에 올랐으며, 재계 서열 5위 그룹 내 최연소 경영인으로 주목 받았다. 구 회장은 '뉴 LG'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인 경영 방식을 앞세워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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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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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한진그룹 오너가 3세인 조원태 회장도 지난해 4월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도 최근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으며 '남매경영' 체제를 굳건히 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이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지주사 경영지원실장 등을 겸임하며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전 회장이 2018년 말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하면서 4세 경영 과도기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장남 이규호 상무는 전무로 승진한 후 코오롱인더스트리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선임됐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1·2세대들의 타계 소식으로, 재계 3·4세로의 세대교체가 가파라지는 모습"이라며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 만큼 수장이 젊어지는 건 세계적인 추세"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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