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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건희 별세]“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꿔라” 신경영 선언..초일류 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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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서 신경영 선언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전면적인 대전환 강조

인재·기술 중시 경영으로 지속가능한 초일류 기업 일궈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 이 호텔에서 삼성의 역사를 바꾸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나온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도 불리는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향하는 걸음의 시작이었다.

이데일리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신경영’을 선언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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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전면적인 ‘대전환’ 강조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불량세탁기 조립 사건에서 비롯됐다. 1993년 6월 초 이 회장은 삼성전자(005930) 세탁기 생산라인 직원들이 세탁기 뚜껑 불량품을 칼로 깎아내 본체에 조립한다는 보고를 받고 회사 사장단과 임원, 해외 주재원 등 200여명을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모은다. 그곳에서 이 회장은 더 이상 양(量)이 아닌 질(質)로 승부해야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삼성의 체질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며 한 말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이 회장은 전면적인 ‘대전환’을 선언했다. 안일하고 낡은 사고에 빠져 있던 삼성을 깨워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 당시 발언을 33개 주제로 분류해 A4용지 8500장 규모인 ‘지행 33훈’으로 정리했다. 지행이란 알고(知), 행동하며(行), 쓸 줄 알고(用), 가르치고(訓), 평가할 줄 아는(評) ‘지행용훈평’의 준말이다. A4용지 8500장 규모에 달하는 지행 33훈에서는 질 위주의 경영으로 전환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회장은 신경영 선언 이후 68일간 독일과 영국, 일본 등을 돌며 자신의 경영 철학을 그룹 전체에 전파했다.

이광형 카이스트 교학부총장은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두고 “기업 내 위기 의식을 조성해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던진 강력한 메시지”라고 했다. 이 교학부총장은 “이 회장이 당시 기득권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삼성 임원들부터 변화시키기 위해 혁신을 강조한 것”이라며 “조직은 물론 직원 심리까지도 잘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인재·기술 중시 경영..여성 인재 적극 등용

이 회장은 신경영 선언 이후 인재·기술 중시 경영 전략으로 삼성그룹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생전에 “기업이 인재를 양성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죄악”이라며 인재 양성을 통한 기술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경영의 변화는 혈연·지연·학연이 끼지 않는 공정한 인사의 전통을 조직에 뿌리 내리고 연공서열이나 각종 차별조항을 철폐해 시대 변화에 맞는 능력주의 인사가 정착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 회장은 능력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해 능력만큼 보상받는 능력급제를 단계적으로 모든 계열사에 도입했다. 급여 인상이나 승진·승격 때 직원이 스스로 일궈낸 능력과 업적에 따라 대우하면서 인재 발굴을 유도했다. 지역전문가제와 테크노 MBA 과정을 도입해 수많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 것은 물론 여성 인재 등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기존 조직 내 남녀차별 관행을 모두 걷어내기도 했다.

결국 1987년 이 회장 취임 당시 10조원에 불과하던 삼성의 매출은 2018년 기준 387조원으로 약 39배 뛰었다.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259배, 주식은 시가총액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396배나 증가했다. 단순한 외형적인 성장 외에도 인재·기술을 중시하는 선진 경영시스템 도입을 통해 내실 면에서도 지속가능한 초일류 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이 회장은 삼성이 국내 일류 기업일지라도 세계 무대에서는 한참 뒤처져 있다는 냉정한 진단 하에 위기의식을 갖고 도약을 강조했다”며 “미래를 향한 뚝심 있는 전진은 연구개발, 인재 발굴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은 결국 기술도 자원도 없는 한반도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세계 1위의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2차 전지 같은 첨단산업을 일군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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