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 삼성전자] |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인해 아들인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제 명실공히 삼성의 총수가 됐다. 일단 이재용 부회장이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 계열, 두 살 아래 동생인 이부진(50) 호텔신라 대표가 호텔·면세점 위주로 독립 경영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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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준법' 삼성 만들어야 하는 과제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은 아버지 시대 유산을 이어받으면서도 ‘준법 경영’을 확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 5월 대국민 사과에서 이 부회장은 부친이 고집했던 '무노조 경영'을 공식 폐기했다.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성 논란에도 그는 "더는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생전 고인이 특검 조사까지 받은 사건에 대해 수혜자 격인 아들인 이 부회장 차원의 첫 공식 사과였다.
이 부회장 시대 삼성은 법을 뛰어넘는 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와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후원금·내부거래 등에서 발생하는 '한국적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같은 일이 재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막겠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의지라고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2년만에 베트남을 찾아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한 뒤 스마트폰, TV,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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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준법위에는 김지형 전 대법관, 봉욱 전 대검 차장 등 법조인뿐 아니라 삼성에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던 시민사회 인사까지 참여해 있다. 이날 추도 성명을 통해 삼성준법위는 "삼성이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더 높이 비상해 나가는 것이 고인이 남긴 뜻으로 본다"며 "이를 위해선 삼성에 바람직한 준법문화 정착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고인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라고 밝혔다.
사업 측면에서 볼 때도 이 부회장과 이부진 대표는 각각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시스템반도체 2030년 세계 1위' 비전을 내놓고, 삼성의 인적·물적자원 상당수를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도 투자하고 있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만으로는 성장성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이미지센서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선 세계 1위이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점유율 약 50%)를 뒤쫒는 2위 업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올 3월 서울 중구 삼성전자 장충사옥에서 열린 제4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총회 성립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호텔신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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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 대표에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변수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여행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적자에 빠진 호텔신라의 실적을 반등시켜야 한다. 호텔신라는 올 1분기(1~3월)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손실(670억원)을 기록했고, 2분기에도 비슷한 규모(약 63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분 상속 역시 이 회장 가족에게 남겨진 숙제다. 생전 고인이 보유했던 삼성 계열사 지분은 3세 경영인들이 상당부분 물려받을 전망이다. 삼성생명 지분 20.8%(약 4152만주)에 삼성전자 지분 4.2%(약 2억4930만주), 삼성물산 지분 2.9%(약 543만주) 등이 포함된다. 시가로는 약 18조2000억원 규모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보유 주식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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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에 따르면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50%)을 적용받는다. 최대주주 지분에 적용하는 할증세율(20%)까지 더할 경우, 세율은 60%까지 오른다. 재계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10조원 가량을 상속세로 내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상속세 자진 신고에 따른 공제(3%)를 적용해도 10조6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상속세는 규모가 큰만큼 분할 납부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에 앞서 구광모 ㈜LG 대표는 5년 분할 납부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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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추정치만 10조원가량
지배구조 역시 상속 과정에서 일정 부분 변화가 불가피하다. 삼성생명의 대주주(20.8%)였던 이 회장은 생전 삼성생명을 토대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과 달리 삼성생명으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높이진 않을 방침이다. 스스로도 올 5월 대국민 사과에서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고, 국내 환경 역시 삼성생명을 지렛대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방식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규제 환경은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를 지배하는 행위(금산복합)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 지배 상위 주요 계열사 지분구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시장에선 이 회장 가족이 일부 계열사 지분을 팔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생전 고인이 보유했던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할 경우,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가 된다. 삼성 입장에서도 '금산분리' 요구에 부합하게 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삼성물산은 지분 매각 가능성이 아무래도 낮겠지만, 삼성생명 지분은 일정 부분 처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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