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1942∼2020]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 ―1987년 회장 취임사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 ―1993년 新경영 선언
넓은 안목-품질경영으로 스마트폰-반도체-TV 1위 신화
文대통령 “경제성장 견인차… 도전적 리더십 귀감” 애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고 천명한 신경영 선언 당시의 모습. 삼성은 이후 ‘질적으로의 대전환’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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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키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새벽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히 숨을 거뒀다. 삼성은 임직원들에게 “안타깝고 슬픈 마음으로 회장님 부고를 전한다”며 “회장님은 진정 자랑스러운 삼성인이었다”라고 별도 공지했다.
고인은 2014년 5월 10일 밤 급성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 삼성서울병원에 장기 입원했다. 6년 동안 투병하다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1999년 11월 폐 림프암 수술을 받은 뒤 호흡기 보호를 위해 겨울에는 미국과 일본의 따뜻하고 공기가 맑은 지역을 찾아 거주하기도 했다.
고인의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28일 오전이다. 장지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내 삼성가 선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감안해 조화와 조문은 사양한다고 밝혔다.
1942년 1월 9일 대구에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1970년대 중반 그룹을 이끌어갈 후계자로 선택됐다. 이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직후인 1987년 12월 45세의 나이로 삼성그룹 회장에 올랐다.
고인은 ‘천재 경영인’으로 불린다. 삼성 총수 31년간 시가총액이 396배로 뛰었고, 반도체, TV, 스마트폰 등 세계 1위 제품을 13개나 만들어내는 업적을 이뤘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특유의 넓은 안목,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 남달라 초유의 성과를 끌어냈다”고 회상했다. ‘천재 한 명이 10만 명 먹여 살린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야 초일류가 된다’라는 고인의 비전은 삼성만 아니라 재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인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는 등 한국의 스포츠계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1999년 ‘삼성’ 브랜드를 부착한 TV를 북한에 보내면서 대북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이 회장의 별세에 따라 재계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조만간 회장으로 취임해 삼성을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산업 중심의 기술기업으로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초일류가 되자던 이 회장의 뜻은 받들되 지난해 삼성 50주년에서 제시한 ‘동행’ 비전 실현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고인을 애도하기 위한 추모의 물결이 각계에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재계의 상징인 고 이 회장의 별세를 깊이 애도한다. 이 회장의 리더십은 코로나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위기 극복과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우리 기업들에 큰 귀감과 용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호승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조문한 뒤 전달한 문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에는 “이 회장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으로 반도체 산업을 한국의 대표 산업으로 성장시켰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는 등 삼성을 세계 기업으로 키워냈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문 대통령은 빈소에 조화를 전달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최고의 리더가 졌다”며 고인을 기렸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 회장의 뜻을 이어 받아 1등의 길을 걷겠다”며 추모했다. 삼성은 코로나19로 조문에 참가하지 못하는 임직원들을 위해 ‘온라인 추모관’을 열었다. 추모관에는 “오래도록 삼성인의 기억 속에 함께하실 겁니다”, “회장님이 말씀하신 위기의식을 항상 생각하며 발전해 나가겠습니다”와 같은 댓글이 500개 이상 달렸다.
김현수 kimhs@donga.com·박효목·홍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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