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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WTO 사무총장 유명희 열세 속 선전…당선 땐 정부 공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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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중국·미국 등 강대국 지지표에 당락 결정 전망

합의 실패 시 표결 또는 임기 절반씩 맡는 방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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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 최종 라운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과 나이지리아 두 후보가 팽팽히 맞서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53)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66)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중 누가 되든 25년 WTO 역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이다.

WTO는 16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이달 27일까지 두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지 최종 선호도 조사를 진행한 후 컨센서스(전원합의제)로 11월 7일 전에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선호도 조사에서 한 후보가 압도적인 표를 획득했다면 28~29일쯤 선출자를 발표할 수 있지만, 비등한 상황이면 좀 더 선호도가 높은 후보 쪽으로 동의 절차를 거치는 컨센서스 과정을 밟아야 한다.

선호도 조사에서 과반수인 82표 이상을 확보하면 유리한 고지에 오르나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강대국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당락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들 국가가 한 특정후보로 중지를 모으면 중소국가들은 대세에 따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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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로이터=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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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후보 우세 흐름…EU 표심이 변수

현재로선 최종 선호도 조사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전체적인 판세에선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유리한 쪽으로 흐르는 게 사실이다.

아프리카 출신이 WTO 사무총장에 한번도 당선된 적이 없어 지역 안배 차원에서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초반부터 형성돼 있었다.

그동안 사무총장은 유럽(아일랜드·이탈리아·프랑스) 세 차례, 아시아(태국), 남아메리카(브라질), 오세아니아(뉴질랜드)에서 한 차례씩 나왔다.

아프리카 우세 흐름을 증명이나 하듯 강력한 후보였던 나이지라아 출신 후보가 최종 2인 후보에 이름 올렸고, 오콘조-이웰라 후보 측은 이미 164개국 중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79표를 확보했다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27개 회원국을 둔 EU와 중국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더 선호하고 있는 상황과 WTO 영향력이 센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이 대놓고 한국 후보의 선출을 꺼리고 있는 점 역시 우리에겐 좋지 않은 분위기다.

한 통상전문가는 "EU는 식민역사, 경제적 유대 관계로 연결된 관점에서, 중국은 개발도상국 위치에서 아프리카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은 EU·중국 표심이 누구한테 쏠리느냐가 당락을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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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전화 통화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뉴스1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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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의 맹추격에 판세 비등…'정부 지원' 힘

이런 분위기 속 유 본부장이 판세를 뒤집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 본부장 자신이 사력을 다해 선거 유세에 나서고 있고, 강력한 정부 지원이 더해지며 최종 2인이 겨루는 결선 라운드가 유 본부장에게 점점 유리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개적이진 않지만 정부가 각국 지지표를 끌어오기 위해 코로나19 진단키트·마스크 등 개도국 지원을 약속하거나 다른 국제기구 선거에서 상대국을 밀어주는 주고받기 전략 등을 구사하면서 오콘조-이웰라 후보 못지않게 유 본부장도 과반에 가까운 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틈만 나면 외국 정상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유 본부장 지지를 요청하고 있고 정세균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 고위급 주요 인사들도 지지 호소에 발 벗고 나선 상황이다.

27개 회원국을 둔 EU 표심에 따라 컨센서스 진행 흐름이 바뀔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은 주로 유럽국가 정상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후보의 우세 속에 만약 유 본부장이 차기 WTO 사무총장에 선출이 된다면 정부 지원의 승리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지만 현재 정부 요직을 맡고 있지 않고, 최근 진행된 정견 발표나 언론 인터뷰 등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비전 제시가 미흡했고 약한 웅변력을 노출했다는 점도 유 본부장에겐 유리하게 작용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상대후보가 국제적으로 명망 있고 처음부터 유력한 후보였지만 1~2라운드 거치면서 우리가 무섭게 추격했고 현재 마지막 3라운드 상황은 비등하다"라며 "강대국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하니 EU 등을 주로 공략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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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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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겹쳐 선거 일정·당락 영향 미칠 수도

일부에선 컨센서스 도출에 실패할 경우 표결로 결정하거나 두 후보가 임기를 절반씩 나눠 맡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례도 있다. 지난 1999년 사무총장 선거에서 선진국이 지지한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와 개도국 지지를 받은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가 막판까지 경합했지만 합의에 실패해 사무총장 임기를 6년으로 늘려 두 후보가 3년씩 나눠 맡은 사례가 있다.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도 변수다. WTO 사무총장 선거와 일정이 겹친 만큼 미 대선 결과에 따라 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를 늦추거나 최악의 경우 선출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는 호베르투 아제베두 전 사무총장이 지난 5월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하면서 진행됐다. 총 8명의 후보자가 도전장을 내민 이번 선거전에 1~2라운드를 거치는 동안 6명이 탈락하고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살아남았다.

사무총장은 4년 임기로 1회 연임이 가능하다. G7(주요 7개국), G20(주요 20개국),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등 각국 정상간 모임에 참석해 국제무역 비전을 제시하고, WTO 각국 대사와 통상장관을 대상으로 WTO에 관한 운영과 핵심 이슈를 협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거나 타협을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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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건물 모습.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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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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