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비서실장 통해 이건희 회장 빈소에 조화 전달
경제인 장례식서 실장이 조문한 것 현 정부 처음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소방 공무원 영결식 현장 찾아
이명박 전 대통령, 포스코 박태준·LG 구평회 직접 조문
정·재계 인사 조문 그 자체로 국정 철학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월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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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별세한 이건희(78) 삼성 회장 장례식장에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보내 조화와 함께 애도 메시지를 보냈다. 경제인 장례식에 비서실장이 조문한 것은 현 정부에서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재계의 상징이신 故 이건희 회장의 별세를 깊이 애도하며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이건희 회장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으로 반도체 산업을 한국의 대표 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는 등 삼성을 세계기업으로 키워냈고,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추모했다.
정치권에서 정·재계 인사 장례식장을 찾는 것은 그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다. 조문 과정에서 방명록이나 조문 메시지를 통해 국정 철학 등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자신의 지향점을 드러낸다.
이렇다 보니 문재인 정부의 이 회장 조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재계 인사의 별세 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실장을 대신 보내 조문했다.
2018년 5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별세했을 때는 당시 장하성 정책실장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지난해 9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12월 고 김우중 전 회장의 빈소였던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도 조화를 보냈다. 김 전 회장 빈소엔 김상조 정책실장이 조문을 다녀갔다. 지난 1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별세 때도 김 정책실장이 조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1년 12월 14일 오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고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빈소를 방문해 청조 근정훈장을 서훈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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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현직 대통령이 경제 인사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해,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전한 일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12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2012년 10월 LG 창업 고문인 구평회 E1 명예회장이 각각 별세했을 때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했다. 김효재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정부의 기조가 기업인을 존중하자는 데 있었기 때문에 기업인의 빈소를 찾고 애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아 조문한 경우는 경제 인사가 아닌 안타까운 참변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을 직접 위로했을 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별세했을 때도 직접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0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 체육관에서 열린 독도 해역 헬기 추락사고 순직 소방항공대원 합동영결식에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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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밀양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았고 2019년 1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조문했다. 그해 12월에는 소방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항공대원 5명의 영결식에 참석했다. 모두 위안부 문제 해결과 재난에서 안전할 권리를 내세운 국정 철학과 맞닿아있다.
그런가 하면 조문을 두고 논란을 빚었던 올해 7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의 빈소는 찾지 않았다. 다만 두 빈소에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냈고, 노 실장을 대신 보내 조의를 표했다.
그러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모친 빈소에도 문 대통령은 조문을 보내 20~30대 여성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논란이 되는 사안에 정치적 동지로 조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 만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있다. 1997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일본 전자 소그룹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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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25일) 이 회장 장례식장에는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여야 대표 등도 조화를 보내고 추모 메시지를 통해 고인을 애도했다. 다만 여야는 이 회장의 공과에 대해서는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님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신경영, 창조경영, 인재경영 등 고인은 고비마다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끄셨다"고 했다. 또 "그 결과 삼성은 가전, 반도체, 휴대폰 등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회장이 재벌 중심 경제구조를 강화한 점 등은 아쉽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 대표는 "그러나 고인은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불인정하는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셨다는 점도 부인할수 없다"며 "불투명한 지배구조, 조세포탈, 정경유착 같은 그늘도 남기셨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회장이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경제의 거목, 이건희 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가족 빼고 모두 바꾸자'는 파격의 메시지로 삼성을 세계 1등 기업으로 이끈 혁신의 리더,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셨다"며 "일생 분초를 다투며 살아왔을 고인의 진정한 안식을 기원하며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한 이 회장은 2014년 5월10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자택근처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다.
6년 5개월 동안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다 전날(25일) 새벽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별세했다. 1942년에서 태어난 고인은 부친인 이병철 삼성창업주 별세 이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삼성그룹을 이끌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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