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소프트웨어·의류 등 대북사업 타진
평창 유치 공신…2018년 평화 간접 기여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 재계의 거목으로 한반도 분단사에도 적잖은 족적을 남겼다. 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면서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큰 공을 세웠다. 이 회장이 2011년 7월7일 남아공 더반 IOC 총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자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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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향년 78세를 일기로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 재계의 거목으로 한반도 분단사에서도 적잖은 발자취를 남겼다.
이 회장의 삼성은 도드라지지는 않았지만 주력사업인 전자부문을 비롯해 꾸준히 대북진출을 모색했다. 특히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면서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의 시발점이 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이 회장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신중한 기업문화의 삼성이 리스크가 큰 대북사업 타진에 나서기 시작했던 것은 이 회장이 1998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을 맡은 이후부터였다. 남북 화해협력을 전면에 내세운 김대중 정부 출범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후 삼성은 1999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생산 컬러TV와 유선전화기, 라디오 카세트 등의 부품을 평양에서 위탁가공생산했다. 북한의 대외기구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계약을 맺고 삼성 TV를 북한에 보내기도 했다. 평양 주요 호텔 로비에 ‘아태-삼성’(ATAE-SAMSUNG) 영문 브랜드가 박힌 TV가 설치된 배경이다. 한때 개성공단과 별도로 50만평 규모의 최첨단 전자단지 조성 문제도 논의했다. 북한은 삼성이 TV 수출이나 위탁가공에 그칠 뿐 아니라 북한 내 조립공장 설립까지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소프트웨어부문은 삼성 대북사업의 또 다른 축이었다. 삼성은 1998년 북한 ‘조선 컴퓨터센터’(KCC)와 100만달러 규모의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 등 계약을 체결했는데 남북 최초의 소프트웨어 분야 협력이었다. 남북 단일 워드프로세서, 중국어 문자 인식, 게임, 문서 요약, 그래픽 라이브러리 개발 등을 목표로 했으며 2000년 중국 베이징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센터 개소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신인 제일모직은 개성공단 내 협력사들이 생산한 제품을 납품받은 전례가 있다. 제일기획 기획으로 가수 이효리와 북한 만수대예술단 소속 무용수 조명애가 함께 찍고 영화의 한 장면으로도 다뤄진 삼성 애니콜 광고는 지금도 회자된다. 그러나 이 회장의 대북사업 구상은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데다 보수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미완에 그쳤다.
북한도 글로벌 기업 삼성에 적잖은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2018년 당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계기에 특별수행원으로 함께 방북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북한이 ‘부통령’ 격으로 대우했다고 소개해 화제가 됐다. 리용남 내각부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라면서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은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있어서도 핵심역할을 했다. 이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IOC 총회까지 1년6개월 동안 170여일 해외출장이라는 강행군을 이어가며 평창의 세 번째 꿈을 현실화했다. 장웅 북한 IOC 위원은 2009년 이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유죄를 받자 “한국에 이 회장만큼 영향력 있는 인사가 있느냐, 이 회장이 없으면 이번에도 평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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