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SCM 공동성명서 '현수준 유지' 뺀건 美정부 융통성 지침"
"미군 감축 어떤 논의도 없어" vs "전략적 유연성 실행할 것"
답변하는 서욱 국방부 장관 |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미국 국방부가 해외 주둔 미군 병력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는 군의 공식 평가가 나오면서 향후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주한미군 규모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은 지난 15일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라는 문구가 삭제되면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후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에게 해당 문구가 삭제된 배경을 "미국 정부가 병력(수)을 융통성 있게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한 사실이 26일 밝혀지면서 갑론을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미국 정부가) 글로벌 국방정책 변화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 규모를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특정 국가에 한해 일정 규모 미군 병력을 지속 유지하기보다는 안보 상황을 고려, 병력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군의 이런 평가는 처음이다. 군은 최근 미국 국방부가 5천600명을 유럽에 재배치하고 6천400명을 미국에 복귀시키는 등 모두 1만1천900명의 주독 미군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침묵을 유지했다.
더욱이 서욱 국방부 장관이 이날 국방위 종합감사에서 SCM 공동성명에 주한미군 유지 표현이 빠진 것에 대해 "미국 정부가 국방부에 보다 융통성 있는 해외 주둔 미군의 기조를 가져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높였다.
이에 국방부는 "현재까지 주한미군 감축 관련 한미 당국 간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특히 서 장관의 '미 정부의 융통성 지침' 발언 관련해서도 "주한미군 감축을 시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해외주둔 미군 감축 (PG) |
반면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SCM 공동성명에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가 빠진 것은 미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며, 전략적 유연성 원칙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의지라고 주장한다.
한미 양측은 14년 전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한다는데 합의한 바 있다.
2006년 1월 당시 반기문 외교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양국간 첫 고위전략대화를 갖고 한국은 세계 군사전략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되, 미국은 "주한미군의 세계 분쟁 동원 과정에서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은 유사시 주한미군 병력을 분쟁지역으로 차출하는 등 일정 수준으로 계속 묶어놓지 않고, 유연성 있게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설명했고, 한국 정부가 이를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주한미군을 '붙박이군'으로 더는 운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14년 전 합의했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원칙 적용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번 SCM 공동성명에 주한미군 관련 문구가 삭제된 것도 이런 입장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실제 실행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변수가 많아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까지 흘리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측은 바이든 당선 시 주한미군 철수나 중대한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최근 미 하원에 이어 상원을 통과한 미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안은 주한미군 규모를 현행 2만8천500명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명문화했다.
다만, 이 법안은 감축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역내 동맹국들의 안보를 중대하게 침해하지 않으며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미국의 동맹과 적절히 협의했다는 두 조건을 국방부 장관이 의회에 증명할 때에는 감축이 가능하도록 예외조항을 달았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으로 묶어놓지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분명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미국 대선도 있고, 또 아태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등을 견제해야 하므로 미국이 감축을 결행할지 아닐지를 현시점에서 단언하기는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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