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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사설] 삼성 지배구조 흔드는 상속세 11조원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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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타계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내야 할 거액의 상속세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상속세가 역대 최고액인 1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세를 반영한 이 회장 보유 지분 평가액은 18조원 안팎이다. 상속액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 50%를 적용하고 여기에 기업의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일 때 주식 평가액의 20~30%를 할증한다. 자진 신고 공제 3%를 반영해도 상속세는 10조원 중반에서 11조원에 이른다.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나눠 납부할 수 있고 상속인들의 지난해 배당소득이 약 7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해마다 1조원 이상의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전자 등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주식이 대거 매물로 흘러나오면 시장 혼란을 부를 수 있다.

이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높은 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에 한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높다. 삼성그룹 상속인들처럼 최대주주 할증까지 붙으면 세율이 65%까지 올라갈 수 있다. 상속세 부담으로 잘나가던 기업이 가업 승계를 포기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경영권을 매각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입법조사처가 보고서에서 "고율의 상속세가 기업의 영속적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상속세율 인하의 필요성을 제안한 이유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가업을 승계할 때 상속세율을 낮춰주거나 황금주·차등의결권 등을 허용해 경영권을 보장한다. 독일은 명목 최고세율이 50%로 우리와 같지만 직계비속이 상속하면 세율을 30%로 낮춰준다. 프랑스와 벨기에도 각각 45%와 30%로 내려간다. 우리도 가업승계 공제 제도가 있지만 고용 유지 등 요건이 까다로워 실제 혜택을 받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이제는 우리도 세계적 흐름에 맞춰 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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