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항공 사업은 1977년 설립된 삼성정밀공업에서 출발한다. 그룹의 장비 사업을 도맡았던 삼성정밀공업은 항공기 엔진과 자주포 등 방산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1985년 6월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 참석한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부회장은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업체인 미국 플랫앤드휘트니(P&W)의 최대주주인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UT)의 해리 그레이 회장을 만나 여객기용 엔진 공동 생산을 위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1986년 11월에는 한국 전투기 사업(KFP) 주력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항공 사업을 삼성의 주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1987년 2월 사명을 삼성항공산업으로 바꿨고, 1991년 한국형 전투기 사업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1993년에는 사천종합 항공기 공장을 세웠다.
삼성정밀공업은 1985년 6월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서 미국 프랫앤드휘트니(P&W)와 항공기 엔진 공동개발·생산 협약을 맺었는데, 협약식에는 당시 이건희 삼성 부회장(맨 왼쪽)이 직접 참석했다./조선일보 DB |
삼성은 위성을 비롯한 항공우주산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1996년 1200억원을 투자해 대덕단지 3만평에 항공우주연구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기존 항공기 중심으로 편성된 삼성항공의 항공우주연구소를 확대 개편해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닥친 외환위기에 삼성의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업의 특성상 막대한 투자가 필요했는데, 현대, 대우 등 다른 대기업이 항공기 사업에 뛰어들면서 사업 중복, 과잉 투자가 발생하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은 4대 그룹에 핵심 사업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는데, 삼성은 항공 부문을 ‘빅딜’ 매물로 내놓았다. 삼성은 항공기 조립을 맡던 항공기 사업본부와 사천공장을 물적분할했고, 물적분할된 삼성 항공기 사업본부와 당시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 등 항공기 제작 3사는 1999년, 항공기 제작 통합법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설립했다.
삼성은 남은 항공 엔진, 방산 사업을 중심으로 2000년 삼성테크윈을 설립했다. 방위산업과 항공기 엔진, 카메라를 주요 사업으로 하던 삼성테크윈은 2002년 휴대폰용 카메라 생산을 시작했고, 2004년 차세대 전투기 F-15K 국산화 엔진 1호기를 만들었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삼성 케녹스’라는 브랜드로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항공기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한화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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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테크윈은 정밀 의료기기와 유전자 검사기 등을 생산하며 삼성 신수종 사업의 전초기지 역할도 담당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시큐리티사업과 삼성전자의 방산업체 삼성탈레스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잦은 사업 조정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삼성테크윈을 한화그룹에 넘겼다.
한화는 사명을 한화테크윈으로 바꾼 뒤 지난 2018년 2월 시큐리티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신설회사로 설립하고, 항공엔진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존속법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사명을 바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으로 넘어간 지 5년 만에 자산이 3조원 넘게 늘었고, 매출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룹 내 영업이익 기여도가 2~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0%를 넘겨 그룹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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