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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철야 규탄대회’ 막판 취소한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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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옵티머스 특검 놓고 대립

중진 “당이 제대로 대응 못해”

초선 “투쟁 대신 정책 승부를”


한겨레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라임·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특검법 수용하라! 추미애를 경질하라!”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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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27일 국회 중앙홀에서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는 철야 규탄대회를 계획했다가 취소했다. 내부적으로 단발성 투쟁에 대한 비판이 나온데다, 결국은 ‘장외투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표출됐다는 게 이유였다.

이날 특검 관철을 놓고 원내 지도부가 ‘철야 규탄대회’를 계획한 것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야당이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요구가 적지 않아서였다. 이에 따라 주호영 원내대표가 규탄대회를 계획했지만, 이번엔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임 지도부 때 해왔던 투쟁이 우리 선거에 무슨 도움이 됐느냐”는 반발이 이어졌다고 한다.

결국 의원총회 뒤 중앙홀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의원 몇명이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공개 발언을 하고 규탄문을 발표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은 중앙홀 계단에서 ‘특검으로 진실 규명’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국민의힘은 밤을 새우는 대신 문재인 대통령의 2021년 예산안 시정연설이 예정된 28일 오전 국회 중앙홀에 다시 모여 릴레이 규탄대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주 원내대표는 “내일 시정연설에 참석하는지 여부는 (전날 전달한 열가지 질문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 태도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당명, 당색, 투쟁 노선 등 어떤 입장을 정할 때마다 당내에서 초선과 중진이 대립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특히 투쟁 노선에 관해선 ‘원기 왕성한’ 초선, ‘안정감 있는’ 다선이란 기존 법칙 대신 ‘강경 매파’ 중진, ‘온건 비둘기파’ 초선의 모습이 도드라진다. 보수 지지층의 입장이 중진 의원들을 통해 투영되고, 중도층을 겨냥한 ‘김종인 비대위’의 입장이 초선들의 입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지도부 최대의 패착이 초반에 ‘장외투쟁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다. 총, 칼 두개가 다 있는데 전쟁에서 ‘나는 총은 쓰지 않겠다’고 한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한 중진 의원도 “전략을 짜 원내에선 협상하고, 밖으론 지지층 마음을 다독이면 되는데 전략도 지지층 보듬기도 안 보인다. 비대위와 원내 지도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김종인 체제를 저격했다. 반면 한 초선 의원은 “우리가 초점을 둬야 할 부분은 아스팔트 우파보다는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무당층”이라며 “투쟁 대신 꼼꼼한 예산 심의, 정책 대안, 정부 비판 등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합리적이고 젊은 정당, 미래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대안 정당의 느낌을 줘야 한다”고 지도부에 힘을 실었다.

이런 초선-중진의 갈등 구도는 김 위원장과 중진 의원들의 내부 파워게임 양상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초선 대 중진’으로 나뉜 당내 여론의 온도 차는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중진들의 비토 여론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미나 이주빈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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