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투표 사건 손 떼라” 기피 신청
26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에 참석한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뒤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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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속전속결’ 인준으로 연방대법원에 입성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취임 첫날부터 정치적 견제에 직면했다.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경합주(州) 우편투표 소송전에서 손을 떼라는 기피 신청이 제기된 것이다. 공화당은 선거 관련 소송전에서 보수 우위 대법원을 적극 활용할 태세라 잡음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간)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州) 루체른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는 배럿 대법관이 집무에 들어간 첫날인 이날 그가 주 우편투표 개표기한 연장 사건 심리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카운티 선관위는 “이처럼 대선에 임박해 대법관을 지명하고 인준한 전례가 없다”면서 “더욱 걱정스러운 건 트럼프 대통령이 배럿의 임명을 자신의 재선이 달린 선거철과 직결시켜온 점”이라고 지적했다.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은 선거일 후 사흘까지 우편투표를 받아 개표에 반영하기로 한 규정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효표 판단 기준이 너그러울수록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기한 연장을 막아달라는 요구가 지난 19일 연방대법원에서 대법관 8명의 찬ㆍ반 동률로 좌절되자, 공화당은 23일 재심을 청구했다. 주 대법원 판결을 다시 검토해 확실한 과반 결정을 내려달라는 건데, 다분히 보수 절대 우위로 재편될 연방대법원 지형을 고려한 시도로 해석됐다. 여기에 카운티 측도 기피신청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그러나 펜실베이니아 소송은 배럿 대법관의 첫 번째 시험대에 불과하다. 우편투표를 중심으로 44개 주에서 300여 건의 선거 관련 소송이 제기됐고, 결국 연방대법원에서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은 주 당국 차원에서 선거를 관리해 우편투표 집계와 유효표 판정 기준 등이 제각각이다. 일례로 미시간에선 본투표 마감 전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만 집계에 포함하는 반면, 네바다주는 소인이 3일 이내로만 찍혀 있으면 11월 10일 도착분까지 반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우편투표 비중이 대폭 확대된 만큼, 민주ㆍ공화 간 법정 싸움은 최후의 순간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보수화가 벌써부터 선거 소송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방대법원은 전날 “위스콘신주에서는 우체국 소인과 상관없이 대선 당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물만 개표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는 배럿 대법관 인준안이 상원을 통과하기 한 시간 전 긴급히 발표됐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보수 5명 대 진보 3명으로 정확히 판단이 갈렸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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