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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WTO 투표 진 유명희 '버티기 전략'…트럼프 재선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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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결선에 오른 유명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연합뉴스=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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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신임 사무총장 선출 최종 선호도 투표에서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나이지리아 후보에게 졌다. WTO 사무총장 선출은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 회원국 최종 동의를 묻는 ‘컨센서스(Consensus)’ 과정 거치기 때문에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표차가 큰 것으로 알려져 나이지리아 후보 쪽으로 판세가 기울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유 본부장은 사퇴없이 컨센서스 과정에서 막판 뒤집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유럽·중국 지지로 선호 앞서



산업부에 따르면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28일 오후 3시(현지시간) 제네바에서 소집한 WTO 회원국 대사급 회의에서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나이지리아 후보가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결선 라운드에서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발표했다.

산업부는 유명희 본부장이 164개 WTO 회원국 중 정확히 몇 개국 지지를 받았는지는 밝하지 않았다. 다만 BBC방송은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아프리카연합(AU) 41개국, 유럽연합(EU) 27개국을 포함해 절반(83개국)을 훨씬 넘는 104개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BBC는 유명희 본부장은 60개국이 지지했다고 밝혔다.

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 후보가 앞설 거라는 예상은 많았다.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WTO에서 가장 많은 회원국을 가진 아프리카 지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유럽 27개국과 일본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공식적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중국도 나이지리아 후보를 선호한다. 우선 우리나라보다 아프리카 후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유리하다. WTO 사무차장을 노리는 중국 입장에선 같은 아시아 후보보다 아프리카 후보가 사무총장이 되는 게 지역 안배상 더 나은 측면도 있다. 25년간 세계은행에서 근무한 오콘조-이웰라 후보의 높은 국제 인지도도 지지를 끌어내는 데 한몫했다. 유 본부장은 평생 통상분야에서만 근무한 전문성과 정부 외교력을 바탕으로 지지를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믿을 건 미국 뿐…막판 역전 노리나



선호도 조사에서 뒤졌지만 유 본부장이 당장 사퇴하진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단 “유 본부장의 자진 사퇴는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산업부도 WTO 사무총장 결선 라운드 결과 이후 낸 보도자료에서 자진 사퇴에 대한 언급 없이 “전체 회원국의 컨센서스(전원합의) 도출 과정을 거쳐 합의한 후보를 다음달 9일 개최하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추천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표차가 컸지만 사퇴 없이 ‘버티기 전략’에 들어간 것은 정부가 내심 역전도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컨센서스’라는 독특한 WTO 사무총장 선출방식에 있다. WTO 사무총장은 단순 투표로 뽑지 않는다. 선호가 높더라도 반대하는 다른 회원국 동의를 받아야 선출이 가능하다.

실제 지난 1999년 사무총장 선거에서는 선진국이 지지한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와 개도국 지지를 받은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가 막판 경합했다. 하지만 합의를 하지 못해 사무총장 임기를 6년으로 늘려 마이크 무어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수파차이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각각 3년씩 나눠 맡았다. 각 후보 모두 모든 국가의 동의를 얻는 컨센서스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지를 많이 받는 것보다 확실한 반대가 없는 게 더 중요하다.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선호에서는 앞섰지만 컨센서스 과정을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중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이 중국이 미는 아프리카 후보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은 중국 지지를 받았던 사무총장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 7월 세계보건기구(WHO)에 탈퇴 통보까지 했다.

미국이 유 본부장을 밀고 있는 움직임도 보인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 25일 자국 재외공관에 주재국 정부가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지 파악하고 지지 후보가 없으면 유 본부장 지지를 권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틴다면 다른 나라도 유 본부장 지지로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트럼프 재선도 변수…미국 지지 역효과 날 수도



미국 대통령 선거도 유 본부장 당선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정부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유 본부장에게 확실한 힘이 된다. 하지만 바이든 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유 본부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는 “결국 WTO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바뀌는 미국 대외정책 기조를 보고 난 뒤 사무총장을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 다음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유 본부장에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WTO 기능을 마비시킨 미국이 미는 후보가 꼭 유리하다고만 할 수 없다”며 미국 지지가 유 본부장에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효식 기자, 세종=김남준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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