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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美, 유명희 공개 지지…WTO 총장선거 마지막 변수(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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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역대표부, 유 본부장 지지

EU가 캐스팅보트인 것은 여전

'美-中 대리전' 양상…막판 영향

정부, 사퇴보단 최후 경쟁 택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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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결선에서 경쟁 중인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전 재무·외무장관.(이미지 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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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미국 무역대표부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으로 공개 지지하면서 선거의 마지막 변수로 떠올랐다. WTO의 전통과 입장을 고려하면 다음달 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전까지 경쟁자인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추대 형식으로 갈 분위기였지만, 대형 변수가 튀어 오른 것이다. 유 본부장은 한국인이자 여성 최초로 WTO 사무총장에 도전하고 있다.


WTO 선거는 정치와 힘의 논리…美 지지 대형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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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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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0시5분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WT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간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11시)에 제네바에서 소집된 WTO 회원국 대사급 회의에서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결선 라운드에서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WTO가 한국과 나이지리아 대사를 불러 모아 '회원국들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으니 최종 당선자로 추대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WTO의 제안에 모든 회원국이 동의한 뒤 해당 후보자를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더구나 WTO는 사무총장이 공석인 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고, 당초 알려진 7일이 아닌 3일 미국 대선 전까지 총장을 추대하려 했다.


미국이 유 본부장에 지지표를 던지면서 대형 변수가 생겼다. WTO 사무총장 선거는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후보 개인 자질보다는 각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표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로써 유 본부장은 미국은 물론 미국의 우방국인 남미, 오세아니아의 선진국-카리브해와 동유럽 등의 개발도상국의 표를 한 장이라도 더 받기 위한 뚜렷한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


6월부터 이어진 아프리카 대세론…역전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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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이다.(사진=WTO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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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4개월간 '미국(한국 지지)-중국(나이지리아 지지)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간다', 'WTO 분쟁 중인 일본이 막후에서 유럽 표를 나이지리아로 쏠리도록 유도했다', '선거 초반부터 일본, 중국이 아프리카 지지 선언한 것은 오히려 불확실성이 미리 반영된 것이므로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등 여러 분석이 쏟아졌다.


분명한 사실은 미국의 유 본부장 공개 지지는 EU의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지지로 사실상 끝난 선거의 불씨를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이다. 결국 유럽 표를 분산시켜야 역전승을 할 수 있고, 미국의 한국 지지가 유럽의 지지 선회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미국의 지지가 'EU-아프리카의 전통적인 유대' 관계라는 판을 깰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의 지지에 대한 해석은 '도널드 트럼프 재선 시 유 본부장 유리, 조 바이든 당선 시 불리' 쪽으로 굳어진다. WTO의 의사 결정에 미 대선 결과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트럼프 정부의 무역대표부가 유 본부장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이 WTO 기능을 마비시킨 마당에 미국 지지가 해당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하겠느냐'는 비관론도 나온다.


정부, 버틸지 말지 고심 중…"美 입장 무시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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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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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본부장으로서는 WTO의 제안대로 후보직을 사퇴하거나 마지막 회원국 협의에서 역전을 노리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WTO 규정상 선호도 조사에서 더 낮은 지지를 받았다고 해서 바로 레이스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선호도 조사에서 뒤졌어도 유 본부장이 당장 사퇴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단 '자진 사퇴는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도 자진 사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전체 회원국의 전원 합의(컨센서스) 도출 과정을 거쳐 합의한 후보를 다음달 9일 개최하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추천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WTO 사무총장 선거는 선호도 조사에서 이긴 후보가 반대표까지 흡수해 '만장일치 우대'를 받아야 선거가 끝나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지난 1999년 사무총장 선거에서 선진국이 지지한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와 개도국 지지를 받은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가 막판까지 경합했다. 합의에 실패해 사무총장 임기를 6년으로 늘려 마이크 무어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수파차이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각각 3년씩 나눠 맡았다. 두 후보 모두 컨센서스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유 본부장을 미는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이 지지하는 오콘조이웨알라의 경쟁 상대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앞서 미 국무부가 지난 25일 자국 재외공관에 주재국 정부가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지 파악하고 지지 후보가 없으면 유 본부장 지지를 권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미국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틴다면 다른 나라도 유 본부장 지지로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외교부 등 관계 부처는 유 본부장 선거 과정에서 총력 지원을 했다. 최소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평가가 많다.


문 대통령은 뉴질랜드, 호주, 러시아, 독일, 브라질, 말레이시아, 이탈리아, 덴마크, 인도, 카자흐스탄, 칠레 등 13개국에 유 본부장 지지를 요청했다. 정 총리도 콜롬비아, 스리랑카, 과테말라, 크로아티아 등 27개국 등에 지지를 호소했다. '표밭'인 신북방·신남방 국가와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 선진국-개발도상국에 대한 '거점별 지원 사격'을 한 전략으로, 방향 자체는 옳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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