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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美거부권에 전쟁터 된 WTO 선거판…정부 "유명희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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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사무국 "나이지리아 후보 압도적 지지" 발표 직후

美 USTR "차기 수장에 유명희 지지…적합한 지도자"

외교부 "컨센서스 다시 시도", 靑도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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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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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 중국, 미국 대 유럽연합(EU)의 무역 전쟁이 세계무역기구(WTO) 수장 자리를 놓고 다시 한번 불붙을 기세다. 이번엔 한국이 그 한복판에 섰다.

WTO 차기 사무총장에 대한 회원국 선호도 조사 결과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이 앞선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미국이 경쟁자인 한국의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을 공개 지지하겠다고 나서면서다. EU와 중국, 일본 등이 밀고 있는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사실상 비토(veto·거부권)한 것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은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 선출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USTR은 “유 본부장은 지난 25년간 통상 협상가·무역 정책 입안자로 활동한 전문가”라며 “지금 WTO와 국제통상 분쟁해결 체계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으며, 투명성의 의무를 이행하는 회원국이 너무 적다”라고도 했다.

같은 날 키스 록웰 WTO 사무국 대변인은 “단 한 곳을 제외하고 모든 대표단이 나이지리아 후보에 대해 매우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며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단수 추천했다. 그러면서 반대한 '단 한 곳'이 미국이라고 공개했다.

WTO 사무국은 이달 19~27일까지 회원국들에 선호 후보를 물어 우세를 보인 후보를 내달 9일(현지시간) WTO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승인할 계획이었다. 그 사이 열세 후보에게는 자진 사퇴를 권유하게 된다.

미국의 한국 지지 배경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친중 성향 아프리카 후보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외교가에서 나온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정부는 미·중 체제 경쟁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 아프리카 출신 세계보건기구(WHO) 수장이 친중 성향을 보였다며 갈등을 빚었다.

중국은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외교부는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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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결선에 오른 유명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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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선 WTO를 무력화하기 위한 '사보타주'가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중국·EU 등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앞서 WTO 상소 기구 위원 선임을 막는 방식으로 사실상 기능을 중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WTO가 중국에 편향적이라며 탈퇴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가디언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오콘조이웰라의 임명을 막고 있다”며 “미국의 반대 표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비판하는 (WTO)조직에 대한 의도적인 훼방 시도인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한국, 당분간 '버티기 작전'



미국이 공개 지지를 표명하면서 유 본부장은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끝까지 간다'는 기조는 청와대·외교부의 공통된 분위기다.

한 정통한 소식통은 “미국이 어느 때보다 강한 비토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WTO에서 어떻게든 자기 의견을 관철하려 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자진 사퇴를 밝힐 이유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도 “상대 후보 측에선 압도적 선호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 계산으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다시 한번 컨센서스(합의)를 시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가디언 등은 미국이 계속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간 컨센서스로 사무총장을 선출한 것과 달리 투표를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WTO로서도 영향력이 큰 '빅피쉬 그룹'인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출을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WTO의 또다른 축인 EU·중국·일본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밀고 있는 상황에서 쉽사리 컨센서스가 나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사무총장 선거가 강대국들의 힘 싸움으로 번질 경우 WTO 수장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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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가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수장과 관련해 ″미국의 선택은 한국 유명희 본부장″이라는 성명을 냈다. 비슷한 시각 WTO 사무국이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고 밝힌 것에 대한 명시적 거부권 행사다. [미 무역대표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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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양측의 입장을 반영한 타협안이 나올 수도 있다. 1999년에도 수피차이 파닛차팍 태국 부총리 대 마이크 무어 뉴질랜드 전 총리의 선거 대결에서 컨센서스가 모이지 않아 결국 4년의 사무총장 임기를 각각 3년씩 맡았던 전례가 있다.

한국도 4년 임기를 쪼개 오콘조이웰라 측과 ‘2+2’로 가든, 한 차례 연임 규정을 들어 ‘4+4’로 가든 유 본부장 카드를 밀어붙이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미국이 유 본부장 선출을 전제로 그간 미뤄온 상소 기구 위원 선임에 협조하겠다는 타협안을 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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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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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변수는 미국 대선이다. 11월 3일(현지시간) 대선 결과에 따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게 되면, 미국이 입장을 바꿀 수 있어서다. 바이든 측은 '트럼프식 일방주의'를 비판하며 다자주의 외교와 국제기구로의 복귀를 공약으로 내세운 상태다.

한 소식통은 “정부로선 미 대선 결과를 보고 나서 입장을 표명하거나, 혹은 트럼프 정부의 임기인 1월 20일까지 버티거나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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