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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총장 선출 아직 '진행형'…미국 '거부권' 영향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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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큰 격차에 유명희 '먹구름'…"EU 설득 쉽지 않았을 것"

미국 의지 어느 정도일 지 관건…"다자주의 복귀 신뢰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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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도전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최종 라운드 선호도 조사 결과 경쟁 후보에 지지세가 더 많이 몰린 까닭이다. 그러나 선출 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거부권 행사를 공식화한 미국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 지가 관건이 됐다.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소집된 대사급 회의에서 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 최종 라운드 선호도 조사 결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나이지리아) 후보가 유명희 후보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발표했다.

WTO는 다음달 9일 개최되는 일반이사회에서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추천할 예정이다.

WTO는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BBC 등 외신은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104표, 유 본부장이 60표를 득표했다고 전했다. 이는 당초 과반에 다소 못 미치는 결과를 예상했던 것보다도 좀 더 큰 격차다.

역시 이번 선거가 시작될 때의 예상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EU)이 결정적인 '키'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EU는 회원국들의 선호도 조사 종료를 하루 앞두고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27표가 한 순간에 상대 후보로 쏠리면서 판세가 기울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EU는 역사적인 관계 등의 이유로 아프리카에 대한 유대 관계가 있다. 그동안 WTO에서 한 번도 아프리카 출신 총장이 없었다는 점 또한 고려했을 것"이라면서 "유 본부장의 노력으로 동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얻기도 했지만, 대세를 바꾸기는 어려웠다. 이런 선거에서 내부 조율로 '합의추대' 형식을 따르는 EU의 특성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WTO의 발표에 따라 현 상황에서 유 본부장의 당선 가능성은 낮아진 게 사실이다. 선호도 조사 결과까지 발표되면서 유 본부장으로의 컨센서스(전원합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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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선출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전원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WTO의 특성에, 미국이 결과 발표 직후 오콘조-이웰라 후보의 거부, 유 본부장의 지지를 공개 선언했기 때문이다.

허윤 교수는 "WTO에서는 전통적으로 미국이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해왔기 때문에 아직 상황이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과연 미국이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 '유명희안'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보호무역 기치를 내세우는 등 WTO의 체제에 반감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WTO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친중국 성향의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WTO 총장이 되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도 "미국이 11월3일 대선을 끝내고 나면 좀 더 적극적으로 역할에 나설 수 있다"면서 "여기에 더해 지금껏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주요 메이저 국가들이 힘을 싣는다면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 본부장의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현재 WTO의 '위기'를 초래하는 데 미국이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역할이 오히려 악영향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송 변호사는 "유 본부장 본인의 '통상 전문가'로서의 역할, WTO 개혁의 적임자라는 점 등을 다시금 어필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의 영향력이 마지막 희망이지만 결국 전체 회원국들의 컨센서스 도출을 위해서는 유 본부장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역시 다자주의 복귀로의 신뢰를 보여야 하는만큼, 다가오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전제조건이라고 덧붙였다.

허 교수 역시 "미국이 과도하게 개입을 하게 된다면 타 회원국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면서도 "다만 미국 대선 결과 자체가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TO는 늦어도 11월7일 이전까지 총장 선출 절차를 마무리짓는 다는 계획이다. 만일 컨센서스가 끝내 무산된다면 두 후보가 연임을 포기하고 3년씩 나눠 맡는 방안 등도 고려될 수 있을 전망이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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