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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 남편 항소심 무기징역…사망 시간이 ‘결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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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왼쪽 분포된 시신 상처…남편은 ‘양손잡이’

세계일보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지난 3월 ‘관악구 모자 살인 사건’편 방송화면. 방송 캡처


아내와 6살 아들을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일명 ‘관악구 모자(母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도예가 남편 조모(42)씨가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판결에는 모자의 사망 추정 시간이 조씨 범행의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는 2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위 내용물을 통한 1심의 사망시각 추정에 관한 법의학적 증거는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는 아내 박모(당시 42)씨와 아들 조모(6)군이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살해된 상태로 아내의 부친에 의해 발견됐다. 아들의 얼굴은 베개로 덮여 있었고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의 현장 분석 결과 외부 침입 흔적도 없었다. 남편 조씨는 사건 당일 오후 8시 56분에 집을 찾아 다음날 오전 1시 35분쯤 집에서 나와 공방으로 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조씨는 자신이 집을 떠난 뒤 범행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조씨의 주장을 뒤집은 것은 모자의 사망 추정 시간이었다. 이들은 사망 전인 오후 8시쯤 스파게티와 닭곰탕을 저녁으로 먹었고 부검결과 위(胃)에는 토마토와 양파 등의 내용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재판부는 이들의 식사시간과 조씨가 집에서 나선 시간까지 약 6시간 내에는 위에서 음식물이 비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식후 최대 6시간의 사망 추정 시각은 조씨가 집에 머문 시간대와 대체로 일치한다”며 “제3자에 의한 침입 범행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이상 피해자들은 조씨가 함께 있을 때 사망한 것이고, 결국 조씨가 범인이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재판에서는 조씨가 범행 추정 시간대에 휴대전화를 통해 경마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한 점도 지적됐다. 경마에 빠진 조씨는 내연녀와 불륜관계를 유지하며 경제적 어려움에 따라 아내와 이혼 소송을 진행했고 아내가 금전적 도움을 거절하자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범행 전 영화 ‘진범’, 예능 ‘도시경찰:KCSI’ 등을 시청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들 작품에는 범인이 범행 단서를 감추거나 범죄 현장의 지문채취, 혈흔 확인법 등 내용이 담겼다. 실제 영화 내용처럼 아내의 휴대전화는 침대커버와 매트리스 사이에 숨겨진 채 발견됐다. 재판부는 “우연이라고 하면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영화 내용과 너무 비슷하다”고 했다.

도예가인 조씨가 ‘양손잡이’라는 점도 항소심에서 처음 언급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시체를 정말 열심히 보니 상처가 아내는 오른쪽 부위에, 6살 아들은 왼쪽 부위에 많이 나타난다”며 “즉 범인은 특이하게 양손잡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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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항소심 재판에서 “조씨가 참회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조씨에 사형을 구형했다. 이에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없는 극히 예외적 형벌”이라며 “이 사건에서 사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없다”고 1심의 무기징역을 유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조씨는 “저도 피해자”라며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뤄졌고 유족이 같은달 청와대 청원까지 올리며 관심을 받았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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