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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불법 다운로드 유도하고 고소"…합의금 장사 '저작권 괴물' 업체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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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자격 없이 고소 대리하며 합의금 9억 편취

범죄수익으로 성인영화 제작 후 미끼로 유포

불법 다운로드 유도 목적 공유 사이트 제작 의뢰도

무허가로 저작권 신탁 관리업을 한 이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한 사람들을 무더기로 고소해 합의금 9억원을 챙겼는데, 단순 고소를 넘어 불법 다운로드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거나 미끼로 유포할 성인영화를 제작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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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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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검 형사2부(최태은 부장검사)는 무허가 저작권 신탁 관리업 일당 7명 가운데 주범인 작가 A(41)씨를 변호사법·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의 아내이자 함께 범행을 주도한 B(43)씨와 A씨 부부가 고용한 직원 등 6명은 불구속기소됐다.

저작권 신탁 관리는 저작권 소유자로부터 위탁받은 자가 저작물 무단 사용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등 저작권을 지속해서 대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저작권 신탁 관리업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체육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검찰은 A씨 부부 등이 변호사 자격이 없음에도 영화제작사 4곳과 저작권 관리 계약을 맺고 이들을 대리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파일 공유사이트 ‘토렌트’에서 영화를 다운로드한 사람들을 1000회 이상 고소해 합의금 명목으로 9억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는다.

A씨 부부 등은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이른바 ‘저작권 괴물’ 업체를 운영하며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 저작권 괴물 업체는 저작권 보호의 근본 취지와 달리 전략적 소송을 통해 돈을 벌 목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곳을 말한다. 특히 A씨는 흥행에 실패한 영화 콘텐츠를 인터넷에 의도적으로 유포해 거액의 합의금을 받은 뒤 범죄수익으로 성인영화를 제작하고 이를 유포해 다운로드한 사람들을 또 고소하는 방식으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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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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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많은 불법 다운로드를 유인하기 위해 토렌트와 연결되는 공유사이트 제작을 의뢰하는 등 사업을 확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경찰에서 송치된 다수의 저작권법 위반 사건 기록을 검토하던 중 B씨가 영화제작사 2곳의 직원 자격으로 동시에 고소를 대리한 사실을 발견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A씨 부부가 고소장에 허위의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서를 첨부하는 등 수사기관을 지능적으로 기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부지검은 “자격 없이 ‘합의금 장사’를 위해 고소를 남발하는 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건전한 저작권 보호와 저작물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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