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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애플 팀 쿡도 이건희 회장 빈소에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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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과 10년 넘는 친분

선밸리 회동 뒤엔 특허소송 취하

아이폰 첫 개발땐 삼성이 칩 납품

부시 전 대통령, 바흐 위원장도 조화

중앙일보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26일 고 이건희 삼성 회장 빈소에 보낸 조문 화환. 애플은 가족장 취지를 반영해 대형 리본이 달린 3단 화환 대신 2단 화환을 빈소에 보냈다. 김영민 기자


애플이 미국 본사 차원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빈소에 조화를 보낸 게 뒤늦게 확인됐다. 고인의 아들인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은 팀 쿡(60)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하고 있고, 2011년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 추도식에 참석한 바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애플은 고인의 4일장 이틀째인 지난 26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근조 화환을 전달했다. 애플 미국 쿠퍼티노 본사의 고위 경영진이 직접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애플은 2단 조화 앞 직사각형 푯말 첫째 줄에 ‘APPLE’, 그 아래 ‘TIM COOK’이라고 적어넣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 등 유가족은 애플의 조의에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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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함께한 이재용 부회장(왼쪽)과 팀 쿡.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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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인 2011년 11월 이 부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잡스 창업자의 추도식에 참석했다. 앞서 같은 해 4월 애플이 미국·독일 등 전 세계 19개국에서 삼성에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제기했고, 이건희 회장은 서울 서초사옥 출근길에 만난 취재진에게 “못이 튀어나오니 때리려는 원리”라며 섭섭함을 드러냈을 때였다.

회사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지만 이 부회장은 추도식 이후 애플의 신임 CEO로 선임된 팀 쿡과 인간적 파트너십을 다졌다. 3년 뒤인 2014년 7월에도 두 사람은 미국 아이다호 주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콘퍼런스(선밸리 콘퍼런스)’에서 만났다. 팀 쿡 CEO는 티셔츠 차림, 이재용 부회장은 피케셔츠(카라티) 차림이었다. 이날 회동 이후, 삼성과 애플은 미국 이외 모든 지역에서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상호 취하했다.

팀 쿡 CEO의 전임자인 잡스도 삼성과 인연이 깊다. 28세였던 1983년 11월 그는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을 찾아 당시 73세였던 ‘호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만났다. 달변가인 잡스가 쉴 새 없이 ‘매킨토시’의 우수함을 설파했고, D램으로 반도체 사업에 막 뛰어들었던 호암은 “저 친구가 IBM과 맞설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잡스는 호암뿐 아니라 이건희 회장과도 수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2년 뒤 잡스가 이사회에서 해고되면서 양측 협력은 무산됐다.


애플이 삼성과 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05년 무렵이다. 애플은 삼성에 아이폰 개발을 숨긴 채 “ARM 설계도에 맞춘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를 5개월 안에 납품해 달라”고 했다. 자체 연산이 가능한 시스템 반도체 개발은 통상 1년에서 18개월이 걸리는 일이지만, 삼성 기술진은 애플의 까다로운 요구를 모두 들어주며 칩 양산까지 해냈다. 아이폰은 2007년 1월 잡스의 손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

한편 이 회장의 빈소에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해외 정상급 인사들이 보낸 조화도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이건희 회장은 1992년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면담한 적이 있고,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삼성이 1990년대 후반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 텍사스 주지사였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해 부시 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면담하는 등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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