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과 10년 넘는 친분
선밸리 회동 뒤엔 특허소송 취하
아이폰 첫 개발땐 삼성이 칩 납품
부시 전 대통령, 바흐 위원장도 조화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26일 고 이건희 삼성 회장 빈소에 보낸 조문 화환. 애플은 가족장 취지를 반영해 대형 리본이 달린 3단 화환 대신 2단 화환을 빈소에 보냈다. 김영민 기자 |
애플이 미국 본사 차원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빈소에 조화를 보낸 게 뒤늦게 확인됐다. 고인의 아들인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은 팀 쿡(60)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하고 있고, 2011년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 추도식에 참석한 바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애플은 고인의 4일장 이틀째인 지난 26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근조 화환을 전달했다. 애플 미국 쿠퍼티노 본사의 고위 경영진이 직접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애플은 2단 조화 앞 직사각형 푯말 첫째 줄에 ‘APPLE’, 그 아래 ‘TIM COOK’이라고 적어넣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 등 유가족은 애플의 조의에 감사를 표했다.
2014년 7월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함께한 이재용 부회장(왼쪽)과 팀 쿡.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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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인 2011년 11월 이 부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잡스 창업자의 추도식에 참석했다. 앞서 같은 해 4월 애플이 미국·독일 등 전 세계 19개국에서 삼성에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제기했고, 이건희 회장은 서울 서초사옥 출근길에 만난 취재진에게 “못이 튀어나오니 때리려는 원리”라며 섭섭함을 드러냈을 때였다.
회사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지만 이 부회장은 추도식 이후 애플의 신임 CEO로 선임된 팀 쿡과 인간적 파트너십을 다졌다. 3년 뒤인 2014년 7월에도 두 사람은 미국 아이다호 주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콘퍼런스(선밸리 콘퍼런스)’에서 만났다. 팀 쿡 CEO는 티셔츠 차림, 이재용 부회장은 피케셔츠(카라티) 차림이었다. 이날 회동 이후, 삼성과 애플은 미국 이외 모든 지역에서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상호 취하했다.
팀 쿡 CEO의 전임자인 잡스도 삼성과 인연이 깊다. 28세였던 1983년 11월 그는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을 찾아 당시 73세였던 ‘호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만났다. 달변가인 잡스가 쉴 새 없이 ‘매킨토시’의 우수함을 설파했고, D램으로 반도체 사업에 막 뛰어들었던 호암은 “저 친구가 IBM과 맞설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잡스는 호암뿐 아니라 이건희 회장과도 수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2년 뒤 잡스가 이사회에서 해고되면서 양측 협력은 무산됐다.
애플이 삼성과 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05년 무렵이다. 애플은 삼성에 아이폰 개발을 숨긴 채 “ARM 설계도에 맞춘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를 5개월 안에 납품해 달라”고 했다. 자체 연산이 가능한 시스템 반도체 개발은 통상 1년에서 18개월이 걸리는 일이지만, 삼성 기술진은 애플의 까다로운 요구를 모두 들어주며 칩 양산까지 해냈다. 아이폰은 2007년 1월 잡스의 손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
한편 이 회장의 빈소에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해외 정상급 인사들이 보낸 조화도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이건희 회장은 1992년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면담한 적이 있고,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삼성이 1990년대 후반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 텍사스 주지사였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해 부시 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면담하는 등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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