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손혜원 때문에 경주로 쫓겨났던 박물관맨, 국립박물관 수장 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민병찬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누구

조선일보

민병찬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와대는 1일 민병찬(54)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에 발탁됐다고 밝혔다.

신임 민병찬 관장은 국내 손꼽히는 불교미술사학자이자 1989년부터 31년동안 국립박물관에서 근무한 ‘박물관맨’이다. 이영훈 전 관장 이후 3년 만의 내부 학예직 출신 관장이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 대학원에서 불교조각사를 전공했고, 일본 오사카대 동양미술사연구소에서 연수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장, 연구기획부장, 학예연구실장 등 요직을 거쳤고, 일본의 국립박물관, 대학 내 연구자들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향후 한·일 교류를 잇는 굵직한 전시가 기대된다. 전문성과 리더십, 소신과 포용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 박물관 조직을 꿰뚫고 있는 데다 신망이 두터워 따르는 후배 학예직이 많다.

민 신임관장은 지난 2018년 학예연구실장 재임 중 손혜원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나전칠기 현대 미술품 구입을 종용하자 강하게 반발했다가 경주박물관장으로 전격 교체<본지 2019년 1월 22일 A1면 보도>된 바 있다. 복수의 문화체육관광부·국립박물관 관계자들은 당시 본지 인터뷰에서 “배기동 관장이 부임 직후부터 ‘나전칠기를 비롯한 현대 공예 미술품을 구입하라’는 주문을 직원들에게 수차례 해왔고, 당시 민 실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은 본래 고고학·역사학·미술사 연구와 전시를 표방하는 기관인 만큼 현대 미술품 구입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과 유물 수집 범위가 겹치기 때문에 구입해선 안 된다’고 반대했다”며 “손 의원의 종용에 굴하지 않은 학예실장이 사실상 경주로 쫓겨난 것”이라고 했었다.

조선일보

지난 2010년 8월 12일 오후 일본 오사카(大阪)시립미술관 조사실에서 국립중앙박물관 민병찬 전시팀장(위)과 배영일 학예연구사가 다이산지(太山寺) 소장 14세기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를 조사하고 있다. /허윤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 신임관장은 또 ‘고려불화대전’ ‘고대불교조각대전’ 등 굵직한 특별전을 기획해 호평받았다. 특히 지난 2010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고려불화를 한 자리에 모은 ‘고려불화대전-700년 만의 해후’ 특별전은 고려불화의 세계적 가치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당시 전시팀장이었던 민 관장은 일본 내 사찰과 박물관을 찾아다니며 소장자를 끈질기게 설득해 대여 승낙을 받아냈다. 교토의 고찰 교쿠린인(玉林院) 주지 스님은 “이 그림은 절에서 모시고 있는 부처님이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가 “폭염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성실히 조사하고 그림을 소중히 다루는 모습에 감복했다. 빌려드리겠다”고 했다.

2015년 개최한 ‘고대불교조각대전’은 인도 간다라·마투라 초기 불상부터 우리나라에서 반가사유상 제작이 정점에 이른 700년경까지, 8개국 26개 기관이 소장한 불교조각 210점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 최근에는 동아시아 금동반가사유상에 대한 다각적 연구를 통해 불교미술 연구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민 신임관장은 1일 본지 통화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지금까지는 외연을 넓히고 조직을 확대하는 하드웨어에 집중했다면 이제 소프트웨어인 본연의 업무에 더 충실할 때”라며 “깊이있는 연구를 통해서 소장품의 가치를 높이고 품격있는 전시를 통해 국민들에겐 문화적 자긍심을, 외국인들에겐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 관람객 한 분 한 분의 영혼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했다.

[허윤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