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중국에 부정적 입장”
“중·미 관계 과거 회귀 못해, 환상 버려야”
“트럼프 승리땐 더 거칠게 중국을 때릴 것”
“바이든 이기면 그나마 대화·협력 공간 생겨”
트럼프 패배 기정사실로 본 중화권 매체도 등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냐 아니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결정할 미 대선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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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트럼프와 민주당의 조 바이든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상관없다는 모양새를 취한다. 왜일까. 대선 이후 변하는 건 중국 때리기의 ‘스타일(風格)’일 뿐이지, 중국을 때리는 본질 자체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 근거로 중국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 퍄오이다오(朴壹刀)는 지난달 24일 환구시보(環球時報)에 기고한 글에서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모두 중국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점을 꼽았다.
중국은 미 대선에 대해 애써 초연한 모습이다. 누가 이기든 중국 때리기의 스타일만 바뀔뿐 중국을 때리는 본질 자체엔 변화가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중국 환구망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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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 국회에 올라와 심의를 기다리는 중국 관련 안건만 3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미 정치 엘리트 사이에 반중(反中) 정서가 팽배해 있어 악화일로의 미·중 관계가 이번 대선으로 갑자기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주펑(朱鋒) 중국 난징(南京)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중·미 관계는 이제 과거로 돌아가기 어려워 양국 관계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인도 1일 “누가 당선되는 게 중국에 유리할까 따지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 말했다.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는 1일 안강 중국 칭화대 연구원의 ‘중미 관계’ 글에 ‘트럼프의 패배는 기정사실’이라는 제목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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퍄오이다오 교수는 “누가 뽑히든 당선자는 미국의 국익을 추가할 것이며 변화가 생기는 건 자신의 목적을 어떤 방식으로 포장할 것이냐는 정도의 차이”라며 “현재 우리가 아는 건 트럼프의 목청이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제까지 보아온 거친 중국 압박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으로 그는 분석했다. 트럼프는 “시장이 혼란스러울수록 이윤을 취할 기회가 많아진다고 생각한다”며 미·중 관계를 휘저어 혼란 속에 더 큰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연임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면서 중국과의 충돌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UPI=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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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강(安剛) 중국 칭화대 전략안보센터 연구원도 트럼프가 이길 경우 연임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면서 미·중 충돌 국면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더 구체적으로 꾀하고, 대만과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을 계속 도발할 것이란 이야기다.
반면 바이든이 승리하면 비록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계속된다 하더라도 숨 고르기 정세가 형성되며 중국이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은 현재 국제적 지지를 보다 많이 얻는 방법을 통해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중 간에는 경쟁과 함께 대화의 공간이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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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인 중국 때리기가 아니라 경쟁과 협력이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바이든의 외교정책 고문인 토니 블링컨의 말이기도 하다. 주중 미 대사를 지낸 맥스 바우쿠스도 지난달 30일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바이든이 이기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가 중국 지인을 접촉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트럼프가 미국을 붕괴의 길로 몰아가 중국에 유리한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귀찮은 상대로 여긴다”고 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안정을 원하며 배가 뒤집히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중 미 대사를 지낸 맥스 바우쿠스는 최근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안정을 원한다″며 바이든의 승리를 바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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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트윗으로 미·중 관계를 수렁에 몰아넣는 트럼프보다는 중국을 경쟁상대로 규정하되 협력의 공간도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든과 상대하는 게 낫다고 본다는 이야기다. 안강 연구원은 바이든이 이기면 적어도 미·중 간 인문 교류는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기회를 물꼬로 해 중국은 미국과의 대화와 협력 공간을 넓히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고, 이게 성공하면 중·미 관계가 온전하게 회복되지는 않아도 사이가 계속 나빠지는 악성 순환은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 환구시보 편집인 후시진은 누가 미 대통령이 되도 중국에 대한 기술 압박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첨단기술 자립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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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는 1일 안강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트럼프의 패배는 기정사실이며 베이징은 어떻게 미국 새 정부와 관계를 터야 하나’라는 제목을 달았다. 바이든의 승리를 점치며 바이든이 이겨도 중국 때리기는 계속된다고 마음을 다잡는 모양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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