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세 기류 지속... 플로리다가 승부처
트럼프, 패배 인정 않을시 혼란 길어질 수도
미국 역사를 새로 쓰게 될 2020년 대선이 3일(현지시간) 현장투표를 마지막으로 9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낸다. 2일 오전까지 유권자 9,400만명이 우편투표와 조기 현장투표 등 사전투표에 참여했고, 선거 당일 현장투표를 포함해 총 유권자 2억5,700만명 중 1억5,000만명 정도가 투표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1908년 대선(65%) 이후 최고 투표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이틀 앞둔 1일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워싱턴(미시간주)=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중국 때리기' 등으로 국제질서가 다시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이민ㆍ건강보험ㆍ경제정책 등에서 미국 사회의 보수화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이긴다면 전통적 동맹 중시 외교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이 상ㆍ하원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ABT(Anything But Trumpㆍ트럼프와 반대로 하기)' 기조가 이어질 공산도 크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대선을 이틀 앞둔 1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바이든이 플로리다 잡으면 '게임 끝'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열린 드라이브인 유세에 함께 나서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플린트=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본 선거일을 이틀 앞둔 1일 기준 판세는 바이든 후보가 전국 단위 지지율과 주요 경합주(州) 여론조사에서 계속 앞서가는 형국이다. 올해 78세인 바이든 후보는 지난 2월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 경선 초반 고전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정치 경륜, 흑인 지지 등을 앞세워 대선후보 자리를 차지했고, 지금까지 줄곧 여론조사에서 현직 대통령을 앞서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경제 회복, 코로나19 백신 개발, 바이든 스캔들이 당선을 도울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깜짝 변수)' 희망이 10월 마지막 날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선은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을 확보하면 승리한다. 네브래스카ㆍ메인주를 제외한 48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선 승자가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시스템이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306명의 선거인단을 챙겼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232명에 그쳤다.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ㆍ노스캐롤라이나(15명)ㆍ애리조나(11명) 등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 지역)'와 펜실베이니아(20명)ㆍ미시간(16명)ㆍ위스콘신(11명)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의 6개 경합주를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차지하면서 낙승을 거뒀다.
바이든 후보는 4년 전 클린턴 후보가 이겼던 주(20개ㆍ232명)에 더해 미시간ㆍ위스콘신에선 격차를 벌린 상태여서 최소 259명은 확보한 것으로 계산된다. 플로리다나 펜실베이니아 중 한 곳만 추가로 가져온다면 손쉽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플로리다의 경우 우편투표 접수 연장도 없고 사전투표 개표 준비도 마친 상태여서 결과가 3일 밤에 먼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후보가 이 곳에서 승리하고 공화당의 아성으로 통하는 애리조나와 조지아 등에서도 승기를 잡는다면 의외로 싱거운 승부가 될 수도 있다. 이르면 한국시간 4일 낮에 미 대선 승자가 확인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선 불복 시 내전 우려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1일 플로리다주 오파-로카 공항에서 열린 선거 집회에 모인 가운데 한 남성이 트럼프의 'T'가 새겨진 슈퍼맨 복장을 하고 있다. 오파로카=AP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역전승을 자신한다. 공화당 지지 성향 유권자의 경우 3일 현장투표에 참여한다는 답변이 많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드러내놓고 지지하지는 않는 '샤이 트럼프'가 대거 투표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플로리다 등 선벨트 경합 지역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추격세가 눈에 띄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6개 경합주 중 선벨트 3곳 모두와 펜실베이니아를 잡는다면 실제로 역전도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초반 현장투표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올 경우 승리를 선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우편투표 유효 접수 시기를 연장한 펜실베이니아ㆍ노스캐롤라이나의 추가 개표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조기 승리 선언'으로 판을 휘어잡겠다는 시나리오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잘못된 보도"라고 부인했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그날 밤 바로 변호사들과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그가 근소한 차이로 패하는 상황에서 불복 소송에 나선 뒤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질 경우 내전 같은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우에 따라선 12월 8일 선거인단 확정일 전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워싱턴과 뉴욕·시카고·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는 이미 시위와 약탈 상황에 대비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각 주 방위군에 출동 대기 명령도 내려진 상태다. 벌써부터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뉴욕ㆍ뉴저지 등에서 다리와 도로를 막은 채 시위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고, 무장 가능성이 있는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스'의 집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미국 내 긴장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