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구속할 수 있어도 진실 가둘 수는 없을 것"
남은 형기 16년 동부구치소서 수형생활 가능성

횡령 및 뇌물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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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최근 징역 17년 확정 판결을 받은 이명박(79) 전 대통령이 2일 보석 석방된 지 8개월여 만에 재수감됐다. 앞서 구속된 기간 1년을 빼면 이 전 대통령의 남은 수형 기간은 16년이다. 특별사면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2036년에야 '자유의 몸'이 되는 셈이다.

이날 오후 1시 45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검정색 차량을 타고 나선 이 전 대통령은 오후 2시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이후 신원 확인 및 형 집행 고지 등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검찰이 제공한 차량에 탑승, 곧바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로 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집을 나서기 전 찾아온 지인들에게 "너무 걱정 마라. 수형생활 잘 하고 오겠다"면서 "'나는 구속할 수 있어도 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는 믿음으로 이겨내겠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이날 재수감에 앞서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 앞에는 경찰 및 경호 인력이 배치된 가운데 취재진 80여명이 몰렸다. 일부 여권 성향 유튜버가 이 전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지만 경찰과 충돌은 없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권성동·김기현·장제원·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박순자·이은재·정미경 전 의원, 박형준 동아대 교수 등 측근의 방문도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이 다시 수감생활을 하는 건 지난 2월 말,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이후 251일 만이다. 항소심 재판 중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2월 19일 서울고법의 징역 17년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됐으나, 보석 취소 결정 재항고를 통해 엿새 만에 석방됐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이날 재수감 절차가 이뤄졌다.

동부구치소는 이 전 대통령이 2018년 4월 구속된 후 보석으로 풀려나기까지 수인번호 ‘716’으로 불리며 수감생활을 했던 곳이다. 당시 그는 화장실 포함 13.07㎡(3.95평)의 독거실에서 생활했다. 통상 기결수(형이 확정된 수감자)는 구치소에 머무르다 수형자 분류 작업을 거쳐 교도소로 이감되지만,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전직 대통령인 데다, 고령에 지병까지 있어 동부구치소에서 잔여 형기를 채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