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격동의 한 해…판세 뒤흔든 7개 에피소드 소개
트럼프 탄핵 불발·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기사회생 등
코로나19 위기·바이든 지하실 캠페인 등 '이례적'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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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전(戰)은 그 어느 대선 때보다 격동적이고, 이례적이다. 과거에선 볼 수 없었던 많은 장면들이 연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2020년 미 대선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7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발(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불발 △민주당 경선레이스에서 민주당 대선 주자로 기사회생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코로나19 위기 △바이든 후보의 지하실 캠페인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강경대응 성경다짐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지명 기회 △대선 TV토론회 등을 올해 미 대선을 뒤흔든 7개 명장면으로 꼽았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발 트럼프 탄핵 불발
지난 2월 5일 미 상원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대한 최종 표결이 이뤄졌다. 공화당이 장악한 미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이미 예상됐던 결과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 백악관 소식통은 “우리를 덮고 있던 암운이 마침내 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죄 판결을 받은 다음날 군중들 앞에 나서 “우리는 불공정하게 지옥을 갔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무죄 판결’이라는 헤드라인이 적힌 워싱턴포스트(WP)지 1면을 보여주며 “하지만 이게 최종 결과”라고 강조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미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민주당 대선 경선레이스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만큼 그의 재선가도는 탄탄해 보이기만 했다.
바이든의 ‘기사회생’…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까지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그리고 현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등과 경선레이스를 펼쳤다. 경선 초반까지만 해도 아이오와에서 4위, 뉴햄프셔에서 5위를 기록하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이 때 그가 집중 공략했던 곳은 사우스캐롤라이나였다. 흑인 커뮤니티 리더이자 한때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지낸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 하원의원 짐 클리번이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표명한 뒤 전세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결국, 지난 3월 3일 ‘슈퍼 화요일’ 당시 14개주 중 10개 주에서 승리를 거머쥐었고 8월 18일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됐다.
대선 최대 ‘변수’가 된 코로나19 위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곧 종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피해 가능성을 낮추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행정부 내부 반발에 직면했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각 주정부는 봉쇄조치에 들어갔고, 미 경제는 타격을 입게 됐다. 전국적인 대선 유세도 펼칠 수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미 대선에 최대 변수가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같이 코로나19 브리핑에 참석해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지만, 과도하게 안일한 모습을 보이며 되레 역효과를 초래했다. NBC방송 기자가 ‘겁에 질려 있는 미국인을 위한 메세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당신이 끔찍한 기자라고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4월 중순 코로나19 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진행된 WSJ-NBC방송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발언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3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백악관 내 한 소식통은 “브리핑 초반에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지만, 어느 시점부터 제공할 정보가 부족해지면서 나쁜 소식만 전할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바이든의 지하실 캠페인
올해 대선에선 전례 없는 유세가 펼쳐졌다. 특히 바이든 후보는 델라웨어 자택 지하실에서 영상을 녹화해 공개하는 식의 유세를 펼쳤다. 이를 위해 지하실에 아예 스튜디오를 차렸다.
바이든 후보는 또 지난 3월 클리브랜드, 오하이오 등지에서 예정돼 있던 현장 유세도 일제히 취소하는 등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소홀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모습을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그가 지하실에 숨어 있다”고 조롱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이는 유권자들에게 그의 위기 대응 능력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 인종차별 강경대응
백인경찰의 가혹행위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뒤 지난 6월초 인종차별 반대시위는 백악관 앞까지 이어졌다. 당시 ‘법과 질서’를 확립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 속에 백악관 앞에서는 시위대가 최루가스를 맞는 등 과잉대응 논란이 일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합참의장, 국방장관을 대동하고 백악관 근처 교회로 가서 성경에 손을 얹고 강경대응을 다짐했다. 이 사건 후 그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미 전역에선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
바이든 후보가 흑인인 해리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정하는데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지명…트럼프에겐 ‘천운’과 같은 기회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를 시작하자마자 ‘진보의 아이콘’이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돌연 별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선거 결과에 불복할 경우 연방대법원에서 다퉈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즉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후임으로 지명했고, 대선 전 미 상원 인준과 취임까지 끝마쳤다. 이로써 연방대법원 보수 대 진보 이념 구도는 6대 3으로 보수 우위로 재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배럿 판사를 대법관으로 지명하며 그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자 민주당에 대한 선거자금 지원이 급증했다.
트럼프 Vs 바이든 위기대응 부각시킨 대선 TV토론회
9월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첫 TV토론이 방영됐다. 미국에서만 약 7310만명이 시청했다. 1960년부터 시작된 미 대선 후보 TV토론 중 역대 3번째로 많은 시청자 수다.
하지만 막말과 비방으로 혹평을 받았고, TV토론 이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54%의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을 13% 포인트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토론회 직후인 10월초 백악관 내 집단감염 및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판정 등으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소홀한 미 행정부와 백악관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코로나19에 대한 안일한 접근 방식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를 기회로 삼은 바이든 후보는 2차 TV토론은 화상으로 진행하자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연출, 느슨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선거 직전 막바지 유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을 돌며 강행군을 펼치고 있지만 일부 유권자들에겐 바이든 후보의 조심스러운 대응이 더 인상깊게 남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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