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선택, 오늘 결전의 날
투표일 전날 최대 승부처서 맞불
트럼프, 이틀 동안 10개주 돌고
바이든은 2개주 집중공략 작전
펜실베이니아 잡는 후보가 승리
[EPA·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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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11월 3일)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주요 경합지에서 막바지 유세를 벌였다. 두 후보는 대선 승리에 꼭 필요한 곳을 콕 집어 날아가는 유세 일정을 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동안 10곳을 선택했지만 바이든 후보는 사실상 펜실베이니아 한 곳에 화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대선 전 마지막 날인 2일(현지시간) 두 후보는 펜실베이니아 공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5개 주 강행군 일정 가운데 펜실베이니아를 넣었다. 바이든 측은 바이든과 부인 질 바이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와 남편 더그 엠호프 4명이 각각 펜실베이니아 구석구석으로 흩어져 유세하는 ‘싹쓸이’ 전법을 선보였다.
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하는 플로리다 마이애미 오파 로카 공항에서 지지자가 든 카우보이 모자.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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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에도 17시간 동안 경합주 5곳에서 유세했다. 이날 오전 8시32분 백악관을 나서 다음 날 새벽 1시15분 플로리다에 있는 도럴리조트에 들어갈 때까지 다섯 번의 유세에서 수만 명의 지지자를 만났다. 이날 하루 그가 미시간·아이오와·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플로리다까지 이동한 거리는 모두 3800㎞. 인천공항에서 태국 방콕까지 직선거리(3700㎞)보다 멀다.
영상 2도의 미시간에서 26도의 플로리다까지 하루에 남·북부를 오가며 사계절을 넘나들었다. 이번 대선에서 하루 5개 주 유세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새 기록이다.
지난 1일 조 바이든 후보의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유세 때 등장한 바이든·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 부채.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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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유세지는 바이든 후보가 6.1%포인트 앞서는 미시간을 제외하고 모두 1%포인트 안팎으로 접전인 곳들이다(리얼클리어폴리틱스 1일 발표 기준).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 연설에서 전날 바이든 유세버스를 에워싸고 트럼프 지지자들이 위협한 사건을 언급하며 “그들이 바이든 버스를 보호해 주려던 것”이라고 조롱했다. 선거 막바지에 새로운 지지자를 발굴하기보다는 기존 지지자를 결집해 투표율을 높이는 수순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설명했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펜실베이니아를 지켰다. 바이든 역시 흑인 유권자를 집중적으로 공략함으로써 기존 지지층 투표율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필라델피아 흑인 모임에서 “구조적 인종주의를 해결하고 흑인사회를 위한 경제적 기회를 마련하겠다”며 표를 호소했다.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이 고향인 바이든은 “필라델피아 여자와 결혼했다”며 지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는 선거 전날인 2일 오하이오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를 다시 찾는다. 그가 막판 이틀 동안이나 펜실베이니아에 투자하는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수성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선거 후 폭동 우려, 워싱턴 명품상가 ‘가림막 봉쇄’
미국 대선을 이틀 앞둔 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인 삭스 피프스 애비뉴의 쇼윈도들이 합판 가림막으로 봉쇄돼 있다. 대선 결과나 개표 상황에 불만을 품은 극성 지지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폭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약탈을 막기 위한 조치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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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후보는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인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를 모두 이기면 남부 선벨트의 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미시간(5.1%포인트)과 위스콘신(6.5%포인트)과 비교하면 펜실베이니아(4.3%포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더 좁은 데다 오차범위 안이어서 안심할 수 없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 선벨트를 모두 이기고 펜실베이니아까지 손에 넣어야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를 놓치면 대선 승리를 위한 선거인단 270명 확보 방정식이 복잡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펜실베이니아 외에 노스캐롤라이나·위스콘신, 그리고 미시간 두 곳에서 마지막 유세를 펼쳤다.
한편 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북쪽으로 두 블록 떨어진 K스트리트는 공사판처럼 변했다. 유명 호텔과 로비스트 업체, 고급 음식점이 들어선 거리의 웬만한 건물은 1층 창문과 출입구를 누런색 합판으로 가려 완전히 봉쇄했다.
백악관 동쪽으로 두 블록 떨어진 14번가 근처 건물 상당수도 유리창을 빈틈없이 가렸다. 한 은행은 현금인출기가 설치된 벽까지 아예 봉쇄했다. 명품거리인 10번가 시티센터는 더욱 꽁꽁 동여맸다.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들은 창가 진열장을 완전히 가려 간판이 아니면 어떤 상점이 있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대중음식점인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처럼 도심 주요 건물이 봉쇄된 건 대통령선거 이후 폭동 사태에 대비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건물주와 상점 주인들이 늘면서다. 선거 결과나 개표 상황에 불만을 품은 극성 지지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폭동 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도시에 퍼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바이든 후보 누가 이기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미 언론에 따르면 관계 당국은 선거일 전후 폭력행위가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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