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2019년 美시카고외교협회 여론조사 분석결과
하락하는 美국력과 중산층의 쇠퇴…트럼프 탄생배경
여전히 대다수 미국인은 세계질서서 美적극적 개입 원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10월 3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버버리힐즈에서 어벤져스로 분장한 트럼프 대통령이 새겨진 옷을 입고 지지유세에 나서고 있다. [사진=AFP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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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주한미군을 철수, 또는 감축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인 대다수가 세대, 학력, 지지정당, 이념을 뛰어넘어 한미동맹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동맹국의 분담금 인상 압박,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대해 부정적인 미국의 고립주의 전략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주한미군 증강·유지해야” 72.9%
강명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시카고외교협회 주관으로 실시한 1974년부터 2019년 기간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미국인들의 대외정책 인식변화를 살펴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자국 문제에 중점을 두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오바마정부가 추진했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파리기후협약 등을 탈퇴하고 나토동맹을 재검토하는 한편, 한국·일본·독일 등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의 임기 막바지에 이른 현재에도 여전히 미국인 주류는 여전히 미국이 세계문제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쳤지만, 미국인들은 오히려 ‘캡틴 아메리카’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질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여론은 2015년 66.9%에서 2017년 67.3%, 2018년 71.1%, 2019년 72.7%로 오히려 상승했다.
인구학적 측면에서 보면 연령 45세 이상, 전문대졸 이상, 고소득자, 이념적으로 진보적인 사람일 수록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중국의 부상이 미국 국익에 위협이라고 인식하는 개인일수록 적극적인 역할을 지지할 가능성이 컸다.
다른 나라와의 동맹이 미국이 더 안전하게 한다는 응답은 여전히 2019년 기준 응답자의 72%에 이르며(2016년 엘리트조사 97% 지지) 자유무역이 미국에 좋은가라는 질문에 ‘좋다’고 응답한 미국인 역시 76%를 차지한다.
특히 한미동맹에 대해 미국인들의 지지는 강했다. 2019년 기준 한국, 일본 및 페르시아만 주둔군을 대상으로 주둔 미군의 증강·유지·감축·철군 여부를 물은 결과, 한국 주둔군을 증강하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72.9%로 가장 높고 철군 응답은 26.9%로 가장 낮았다.
미국인은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군을 파병하는 데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인 여론을 보였다. 연령과 학력, 이념, 정당 일체감 등에 상관없이 고른 지지율을 보이는 것도 특징적이다.
강 수석연구원은 “민주주의에서 외교는 최종적으로 민의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미국인들의 한미동맹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굳건하기에 트럼프 재임시 주한미군 철수 및 감축 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세계화 美에 좋다” 응답률 4년만 10%p↓
강 수석연구원은 “트럼프행정부는 20세기 미국이 자유주의 질서, 미국헤게모니, 신보수주의 등의 이름으로 지배한 국제질서에 대한 대안이며 새로운 전략이지만 그 전략은 엘리트의 반대에 봉착된 이후 정착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오바마 정부의 엘리트 집단은 전후 미국이 구축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집착하며 자유무역과 전통적 동맹정책을 강조했다. 반면 공화당 엘리트 집단은 9·11테러 이후 태동한 신보수주의에 집착하며 중동에 지나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러스트벨트의 쇠락 등 미국 중산층의 어려움을 되돌아보지 못했다.
그동안 1961년 전 세계 총생산(GDP)의 39.5%를 차지했던 미국 경제는 2019년 기준 24.3%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의 GDP 비중은 3.5%에서 2019년 16.3%까지 증가했다. 미국의 국방비 지출은 감소하는 경제규모에 비해 여전히 높아 2011~2019년 미국의 평균 국방비는 GDP 대비 3.78%로 중국(1.88%)의 2배를 웃돈다. 높은 국방비는 민주주의 강화에 필수적인 사회복지를 확충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한다. 2001년 9·11테러 이후 크게 늘어난 미국 국방비는 재정을 압박했다. 미국 국가 부채는 2015년 100%를 초과해 2020년에는 14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여론에 힘입어 탄생했다. 그는 동맹국이 미국인들의 희생 아래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분담금을 늘릴 것을 주장하고,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일본과 중국 등의 배를 불릴 뿐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분석 결과 트럼프 지지 여부는 세계화와 자유무역, 동맹정책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화가 미국경제에 좋으냐’는 질문에 오바마 정부 당시였던 2014년에는 66%가 ‘좋다’고 응답한 반면 2018년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56%가 그렇다고 응답해 불과 4년 만에 1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맹국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은 크게 떨어졌다. 1979년 시카고외교협회 주관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6.3%가 동맹국 보호가 미국 외교의 중요한 목표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같은 설문을 제시한 2018년에 그 비중은 41.5%로 15%포인트 하락했다.
강 수석연구원은 “미국 대중의 대외인식과 미국 엘리트층의 대외인식 사이에 발생한 커다란 괴리야말로 트럼프 시대를 여는 배경”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민의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현실주의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은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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