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재선 실패 가능성이 거론되고 대선 불확실성이 불거진 최근 1달(10월 5일~11월 2일 현지시간)새 뉴욕증시에서는 중국 기업 주가가 빠르게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 기간 '중국 전기차' 니오 주가가 54.33% '중국판 아마존' 알리바바가 7.83%오른 반면 미국 아마존은 6.09%떨어졌고,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는 3.31%떨어졌다/그래픽 출처=구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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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중국이 미국 대선 개표·결과 시기에 맞춰 보란 듯이 전세계 최대 규모 증시 상장 열기 띄우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거대 핀테크 기업이자 '중국판 아마존'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 그룹이 오는 5일(현지시간) 홍콩증시에서 기업 공모(IPO)하는 것을 앞두고 기관 투자자 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잔뜩 달아올랐다는 소식이 나온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규제 당국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등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 그룹 주식은 한국에서도 증권사 모바일결제시스템(MTS) 등을 통해 직접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투자 관심이 높다.
2일 홍콩 증시 그레이마켓에서는 앤트 그룹 주식을 미리 사겠다는 기관·전문 투자자들이 몰린 탓에 회사가 주문 접수를 조기 마감했다. '회색 시장'을 뜻하는 그레이마켓은 정식 매매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불법도 아닌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을 말한다. 홍콩 증시에서는 주식·채권 사전 유통 시장을 주로 가리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도 앤트 그룹 정식 IPO가 있기 하루 전인 오는 4일부로 그레이마켓에서 앤트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일례로 중국 국영 석유사 '시노펙'이 홍콩 증시에 정식 IPO 전날인 2013년 5월 23일 그레이마켓 거래를 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기관·전문 투자자들이 먼저 나선 2일 그레이마켓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앤트 그룹 주식 1주에 120홍콩달러(약 1만7560원)를 부르면서 공모 가격(80홍콩달러) 대비 50%높은 웃돈이 붙었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앤트 그룹에 따르면 기관·전문 투자자들은 홍콩 증시에 풀리는 앤트 물량 중 거의 대부분인 97.5%를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앤트 그룹이 중국 규제당국에 보고한 공시에 따르면 상하이 스타마켓(커촹반) 공모가는 1주에 68.8위안, 홍콩 증시 공모가는 80홍콩달러다. 앤트는 두 곳 증시에 각각 16억7000만주를 상장한다. 회사는 두 곳 증시에서 미국 달러를 기준으로 172억 달러 끌어모아 총 344억 달러(약 39조96억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는 글로벌 증시를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다.
수요 열기가 뜨겁다 보니 앤트 그룹은 그린슈(초과배정옵션)를 행사해 총 344억 달러 외에 추가로 52억 달러를 조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상하이 스타마켓은 구체적인 상장일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달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중국 외환관리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CBRC),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앤트 그룹 모기업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앤트 그룹의 에릭 징 이사회 의장, 사이먼 후 최고경영자(CEO)를 소환해 면담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고, 앤트 그룹 측은 "규제를 받아들이고 중국 경제 발전을 앞당기며 사람들에게 광범위한 금융서비스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트리비움차이나 자문의 앤드류 포크 파트너 자문가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인터뷰에서 "당국과 앤트 그룹기업 최고위 관계자들의 면담은 양 측이 장기간 불편한 기류를 보여왔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이런 식의 만남은 보통은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는데 양측이 만남을 알렸다는 것은 당국이 앤트 그룹에 대해 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앤트 그룹이 오는 5일 정식 IPO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기 앞서 중국 당국이 기선 제압에 나섰다는 얘기다. 마윈 창업자도 공산당원이다.
앤트 그룹은 알리바바의 온라인·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관리를 맡은 업체로 최근에는 대출·투자 관련 사업에도 진출한 핀테크 기업이다. 중국에 기반했지만 중국 내수 시장이 워낙 크다보니 전세계 최대 규모 핀테크 업체다. WSJ에 따르면 중국 인구의 70%이상이 알리페이를 사용하며 올해 상반기(1~6월)에 미국 달러 기준 총 17조달러(약19279조7000억원) 규모 거래가 알리페이를 통해 이뤄졌다.
앤트 그룹의 홍콩증시 상장 시기는 미국을 달군 대통령·의회 선거 일정과 묘하게 맞물려 있다. 정식 상장일인 11월 5일은 미국 대통령·의회 선거 개표 결과가 나오는 기간이다. 미국에서는 한달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 조사가 나왔고 앤트 그룹 상장일도 지난 달 잡혀졌다. 또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를 의식해 지난해부터 '나스닥 스타일 IPO'방식을 상하이 스타마켓에 도입하면서 공산당 지도부 차원에서 '최대 규모' 증시 상장을 강조해왔다. 2일 블룸버그 통신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이끄는 중국이 '트럼프 없는 세상'을 꿈꾼다고 평하기도 했다.
역대 최대 규모 '블록버스터 상장'이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이 '최고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16일 당시 올해 기준 전세계 최대 규모로 상하이 스타마켓에 상장한 SMIC는 상장 첫날(공모가 27.46위안에 시작해 82.92위안으로 마감) 대비 주가가 22.70%떨어졌다. 상장 이후 하락세를 타면서 이달에는 50위안 대를 오가는 가운데 3일 오전에는 64.12위안에 거래 중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SMIC는 지난 해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에서 자진 상장폐지 후 상하이 스타마켓에 상장했지만 트럼프 정부의 SMIC 제재 발표로 주가가 고전해왔다.
다만 최근 중국이 '내수 강화'를 강조한 미국 앞지르기를 선언했다는 점, 또 미국에서 바이든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중국 기업 투자 리스크는 다소 줄어들 수 있다. 전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내수 시장이 지금보다 커지면 중국 기업 수익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중국에 강경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중국 입장에서는 외교적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다. 미국 민주당도 중국에 강경하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공세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바이든 후보 당선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보도된 지난 달 상하이 스타마켓에서 SMIC 주가는 25.26%올랐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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