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 지지세력 "상대방 인정 못해"‥벌써부터 폭력사태
텍사스·네바다 등 공화당 문제 제기 제동‥사전 투표 논쟁 시작
美 법무부, 선거당일 모니터링 직원 배치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정현진 기자] 11월3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벌써부터 곳곳에서 폭력 사태와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 세력 모두 상대방의 승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나서고 있어 미국 내 사회 갈등은 최고조로 향하고 있다.
2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차량에 설치된 기관총을 잡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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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CNN 방송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을 이끈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인근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총기를 동원해 반 트럼프 유권자들을 위협한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리 장군 동상에 접근하려 하자 반트럼프 시위대가 막아섰고 이 과정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정차돼있던 빈 차량을 향해 총격을 하고 호신용 최루액을 뿌렸다.
자신의 집 앞에 지지 후보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세워뒀다가 총격 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캔자스주 노스 토피카에서는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남성이 정원에 설치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 팻말(야드사인)을 3명의 남성이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에게 총을 발사해 1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나머지 2명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흑인 거주지역 마린시티에서는 지난 1일 친트럼프 시위대 1000여명이 200~300대의 차량을 몰고 들어와 현지 주민들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과 욕설을 쏟아냈다.
반 트럼프 진영도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선언과 함께 대대적 행동에 나설 계획을 밝히고 있다. CNN 방송에 따르면 수십만 명의 젊은 유권자를 회원으로 모은 반 트럼프 단체 '카운트온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당일 승리 선언을 하거나 선거 결과가 불법이라고 발언할 경우 전국적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운트온어스 관계자는 CNN에 "우리는 파시스트 쿠데타가 벌어진다는 약간의 조짐만 있어도 거리와 인터넷에 뛰어나가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선거 이후 대 혼란이 예상되면서 백악관은 백악관 외곽에 높은 울타리를 치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나섰다. CNN 방송은 연방당국이 이날 백악관 주변을 둘러 넘을 수 없는 높이의 울타리를 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백악관 앞을 비롯한 워싱턴DC 곳곳에서는 트럼프 대통 양쪽 지지자들이 집결해 충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많은 상점은 물론 한국계 금융사들도 약탈에 대비한 가림막 설치를 했거나 준비 중이다.
선거 후 폭력 사태가 우려되자 주방위군을 동원한 주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선거 이후 혼란에 대비해 주방위군 1000명에게 대기명령을 내렸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도 주방위군 1000명을 주요 도시에 파견하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후로 '폭동 진압법(Insurrection Act)'을 발효해 주방위군이 아닌 육군과 해병대 등을 시위 진압에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억명에 가까운 사전투표가 이뤄진 상황에서 선거 결과를 뒤흔들 사전투표를 둘러싼 법적 논쟁은 벌써 시작됐다. 일부 표를 무효화하거나 개표 절차를 문제 삼는 공화당의 시도는 곳곳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전날 텍사스주 대법원에 이어 이날 휴스턴 연방법원도 해리스 카운티 드라이브스루 투표소에서 행사된 12만7000표를 무효로 해달라는 공화당의 청원을 기각했다. 전통적 공화당 텃밭이었던 텍사스주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좁혀지자 규정 미비를 이유로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해리스 카운티의 사전투표를 인정해선 안 된다는 공화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경합주로 분류되는 네바다주에서도 공화당이 개표 절차 등을 문제 삼았으나 법원이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화당과 트럼프 캠프 측은 여러 이슈를 통해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클락 카운티에서 조기 개표가 이뤄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클락 카운티는 네바다주 유권자의 70%를 보유한 곳이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사회가 분열하자 언론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뉴욕타임스는 브래드 토드 공화당 전략가의 발언을 인용해 "양당 모두 이번 선거를 개인기로 채우고 있다"며 "이념을 어떻게 재조정할지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미 법무부는 선거 당일 18개 주에 있는 44개 관할지역에 대해 연방선거법이 준수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직원들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리조나, 플로리다, 미시간, 뉴멕시코, 노스캐롤라이나 등이 모니터링 직원 파견 지역에 포함된다. 2016년 대선 당시에는 28개 주 내 67개 관할지역에 500명 이상의 법무부 직원들이 모니터링을 위해 파견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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