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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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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증언으로 분석한 이춘재…"30년 지나도 여전한 사이코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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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범행에 충격받는 사회 조롱하고, 경찰 수사 헛발질에 상당한 자존감 느낀 듯"

전문가 "근본적으로 우리와 다른 사람…잠재적 피해자 인권 위해 격리해야"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이춘재는 자기가 저지른 행위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충격받고 놀라는 것들에서 충족감을 느끼는 심리적 기제가 있어 보입니다. 사건 당시와 달라지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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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가 증언한 법정
[촬영 홍기원]



지난 2일 이춘재(57)가 첫 살인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 나와 쏟아낸 발언들은 충격적이었다.

그의 입에서 "희생자와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높낮이 없는 목소리에선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고, 범행을 저지를 때 피해자들의 고통을 상상해 본 적 있느냐는 물음에도 망설임 없이 "생각해본 적 없다"며 일반적으론 상상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놨다.

살인 범행 순간을 설명할 때도 이춘재에게서 인간성을 느끼긴 어려웠다.

그는 "살인을 저지르고 나면 순간적으로는 이건 아니다,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며 "그러나 돌아서고 나면 그게 잊혀서 다른 범행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춘재는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설명하면서 "(내가 한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답하거나 자신의 범죄를 모티브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에 대해서 "그냥 영화로만 봤고 별 느낌은 없었다"고 하는 등 앞서 한 사과와는 결이 다른 말들을 연거푸 쏟아냈다.

이춘재에 대해 대부분의 증인신문을 맡았던 박준영 변호사도 재판이 끝난 뒤 그의 발언을 돌이켜보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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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도착한 이춘재 탑승 추정 호송차
[촬영 홍기원]



전문가들은 이런 이춘재의 태도가 공감 능력을 상실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특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모르겠다고 하는 건 공감 능력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그의 답변 방식은 자기방어와 자기변호만 생각하는, 사이코패스들이 자신의 범죄를 회상하는 전형적인 방식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춘재의 증언이 주는 메시지는 이들이 얼마나 잔혹한지, 얼마나 피해자와 그 고통에 관심이 없는지 뿐이다"며 "근본적으로 우리와 다른 사람인데 일반적 사고로 이춘재를 이해하려는 건 안일한 시도"라고 덧붙였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도 이춘재를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로 봤다.

권 교수는 "그는 자기 행위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충격받고 놀라는 걸 보며 충족감을 느끼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저지른 범행으로 욕망을 채우는 걸 넘어서서 그것을 발견하고 충격받는 사회를 보며 조롱하는 감정을 가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춘재가 당시 제대로 된 경찰 조사를 받아본 적 없다며 "경찰이 보여주기식 수사를 한 것 같다"고 조롱한 데 대해선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자꾸 헛발질하고 자신을 추적하지 못한 것에 굉장한 자존감을 가진 것 같다"며 "발언 내용을 보면 범행 후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런 심리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춘재와 같은 유형의 범죄자를 대할 때는 실제 저지른 범죄뿐 아니라 향후 저지를 범죄에서 발생할 피해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보다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이춘재와 같은 범죄자는 30년이 지나도 또다시 범행을 저지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권 기준으로 사회에 복귀시키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며 "잠재적 피해자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위험이 완전히 없어지기 전까지는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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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실종 초등생 유류품 발견 장소에 놓인 꽃
[촬영 홍기원]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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