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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WTO 후보’ 유명희 운명도 美 대선에 좌우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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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되면 ‘유명희 지지’ 입장 계속될 것

바이든 당선되면 ‘유명희 카드’ 내려놓을 수도

세계일보

WTO 새 사무총장 최종 후보인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재무장관.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두 사람이 서로 “우리가 이겼다”고 장담하는 등 혼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로 입후보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운명’에 촉각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거부하는 유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이 확고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의 오랜 관계를 감안해 EU가 미는 후보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4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WTO 새 사무총장을 뽑는 선거전에서 현재 한국의 유명희 후보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전 재무장관)에게 제법 큰 차이로 뒤지고 있다.

◆트럼프 재선되면 ‘유명희 지지’ 입장 계속될 듯

주요국 가운데 유 후보를 지지하는 나라는 미국 정도가 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독일·프랑스 등 EU 회원국들은 모두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표결에 부치면 유 후보가 이기기 힘든 구조다. 다만 WTO는 지금까지 다수결 투표가 아닌 만장일치 합의 추대 형식으로 사무총장을 뽑아왔다. 그동안 드러난 WTO 전체 회원국들의 선호도를 감안해 유 후보가 후보직에서 사퇴하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표결 없이 회원국 만장일치 지지로 사무총장에 오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미국 정부의 유 후보 지지가 너무 강력하다. WTO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단순히 ‘한 나라의 반대’ 정도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중국이 미는 나이지리아 후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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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미 대선 결과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유 후보 지지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될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 정부로서도 섣불리 유 후보를 사퇴시키기보다는 판세를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유리할 전망이다. 미국의 반대가 완고하면 미국의 다른 동맹국 일부도 유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당선되면 ‘유명희 카드’ 내려놓을 수도

반대로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유 후보의 입지는 크게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 본인은 미국의 오랜 동맹으로서 유럽의 결정을 중시하고, 또 트럼프 대통령 같은 ‘미국 우선주의’ 대신 미국이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한다는 ‘국제주의’ 성향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책임을 들어 세계보건기구(WHO)를 맹비난하고 심지어 WHO 분담금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바이든 후보가 이를 강력히 비판하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WHO의 관계를 원상회복시킬 것”이라고 공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즉,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WTO 전체 회원국 여론을 감안해 유 후보 지지 철회 쪽으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유 후보가 나이지리아 후보를 뒤집기 힘든 상황”이라며 “다만 그동안 우리를 지지해온 미국 입장도 있어 사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심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국제사회 여론과 상관없이 미국과의 공조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크고,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결국 국제사회의 ‘대세’를 따르게 되지 않겠는가”라고 예상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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