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전세난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말했지만 전세는 물론 매매 시장까지 1년 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의 말과는 다르게 정부 여당이 내놓는 정책마다 시장을 왜곡하고 거래를 막는 것들이어서 그 부작용으로 집값과 전셋값을 계속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가 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심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한국감정원의 11월 첫째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59주 연속,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61주 연속 상승 중이다. 1년이 52주임을 감안할 때 매매·전세 모두 1년이 넘도록 하락 기미는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3년간 민간 주택 공급을 막는 일관된 정책을 펴면서 시장이 위축된 데다가, 설상가상으로 지난 8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며 전세난이 가중돼 매매와 전세 시장의 가격 동반 상승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결국 규제 완화와 서울 도심 재건축 허용 등 대량 공급의 신호가 없을 경우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첫째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7% 올랐다. 올해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6월 넷째주(0.22%)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감정원은 "전세물량 부족으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일부 중저가 주택 매수로 전환하면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10주 연속 0.01%에 머물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주 만에 상승폭을 0.02%로 확대했다.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중저가 주택 매매로 돌아서면서 중랑구(0.08%), 강북구(0.03%), 노원구(0.03%) 등 중저가 구축 대단지 위주로 집값이 올랐다. 5개월 전 5억원에 거래되던 서울 종로구 창신쌍용2단지(64㎡)는 최근 6억4800만원에 거래되며 1억5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강남4구는 매수·매도 관망하며 서초구와 강동구 모두 보합세(0.00%)를 보였다.
실제 집값과 전셋값 상승은 강남북 구별이 없다. 1년 전 19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서울 강남의 반포자이(59㎡)는 최근 13% 오른 22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전세가격은 9억원에서 11억3000만원으로 25%나 뛰었다. 1년 전 11억7000만원에 팔린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59㎡)는 지난달 말 21% 오른 14억2500만원에 거래됐고, 전세가격 역시 같은 기간 6억3000만원에서 7억6000만원으로 1억원 넘게 올랐다.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김포는 갭투자 수요까지 더해지며 주간 상승률이 1.94%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규제 지역인 데다 교통 개선 기대감(GTX-D) 때문이다. 역시 비규제 지역인 파주시(0.37%)와 고양 덕양구(0.37%), 용인 기흥구(0.28%) 등도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0.15% 올라 지난주(0.11%)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지방 집값도 요동쳤다. 지방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9% 올라 감정원이 이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고 상승을 기록했다. 대전(0.41%), 부산(0.37%), 대구(0.30%) 등 대부분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했다.
전세난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번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3% 올랐다. 61주 연속 상승세로, 2015년 4월 셋째주(0.23%) 이후 5년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서울은 0.10%에서 0.12%로 상승폭을 키워 71주째 올랐다. 송파구(0.21%), 서초구(0.20%), 강남구(0.19%), 강동구(0.18%)가 상승률 상위 1~4위에 오르며 새 임대차법이 본격 시행된 8월 초 급등기 상승률에 근접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세 부족으로 전세가격뿐 아니라 매매가격이 치솟는데, 전세·매매가격 동반 상승 현상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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