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바이든으로 기울었나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거리에서 한 시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그 옆에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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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식 밖 통치 반발
코로나 경기침체도 영향
사상 첫 7000만표 돌파
‘친트럼프’도 과반 육박
갈등 통합 어려운 숙제
미국 대선이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승리로 기울었다고 미국 언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후보는 역사상 처음으로 7000만표(5일 오전 4시 기준·7211만표)를 돌파한 대선후보가 됐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두고 ‘바이든의 승리’보다는 ‘트럼프의 패배’라는 의미가 더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4년 더 트럼프가 미국을 이끌도록 할 것이냐’를 묻는 식으로 선거운동이 전개됐고, ‘노’라고 외친 미국인들이 바이든 후보에게 역대 최다표를 안겼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 반트럼프’ 싸움으로 진행됐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으로 공직 경력이 전무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부터 일관되게 직설적이고 즉흥적이며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인으로서는 금기인 인종차별이나 장애인 비하, 여성혐오 발언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이란 핵협정 탈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등 국제기구와 국제규범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난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기점으로 미국 전역에서 펼쳐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 백인우월주의 단체의 발흥 등 사회적 불안도 심화됐다.
상식 밖 통치는 지지자들을 열광하게 했지만, 그만큼 공고한 ‘안티 트럼프’를 만들었다.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설문 응답자는 대체로 50%대에 머물렀지만 지난 8월 80%까지 치솟았다. 반트럼프 정서는 2016년 대선 때 분열했던 진보·중도 진영의 결집 요인이 됐다. 윌리엄 갤스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 진보 성향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했던 유권자 95%가 바이든 후보를 찍겠다고 답한 설문조사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졌다는 점도 승패를 이해하기 위한 한 통로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초기부터 ‘독감’에 비유하며 위험성을 과소평가했고, 코로나19에 걸리기도 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물리적 거리 두기를 지켰다. 게다가 코로나19로 미국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졌다. 미국 정치에서는 ‘경제만 좋으면 대통령 재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법칙처럼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올해 초까지 사상 최고 주가지수, 최저 실업률 등을 자랑했지만 코로나19로 일거에 무너졌다.
바이든 후보도 반트럼프 정서를 적극 활용했다. 바이든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할 때면 “이건 우리 모습이 아니다. 미국의 모습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47년간 상원의원과 부통령으로 활동한 바이든 후보의 이력도 반트럼프 진영의 호감을 끌었다. 그는 공직 생활 내내 여성폭력방지법을 발의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파리기후변화협약, 이란 핵합의 등 국제적 이슈에 깊숙이 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여성혐오 등과 대조된다.
그러나 개표 과정에서 드러났듯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4년 더!”를 외쳤던 이들도 과반에 육박한다. 바이든 후보는 “미국을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겠다”고 했지만 ‘미국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 극단적으로 나뉜 미국을 어떻게 통합할지에 대한 어려운 숙제를 떠안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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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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