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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세계 금리 흐름

[기자수첩]최고금리 인하, 임대차법 전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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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세입자 주거안정이라는 선한 의도로 만든 임대차3법의 부작용을 보셨잖아요. 최고금리 인하도 취지와 달리 서민 대출시장에 독(毒)이 될 겁니다."


정치권을 넘어 관계부처 수장들까지 나서 법정 최고금리(연 24%) 인하의 필요성을 언급한 걸 두고 금융권 관계자가 내놓은 일침이다.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도리어 세입자들을 전ㆍ월세 가격 급등과 매물 품귀라는 혼란 속으로 떠밀어버린 현상이 서민금융의 영역에서도 연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금리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에 (최고금리에 대한) 일부 하향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인하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동의했다. 정치권과 경제ㆍ금융 정책 책임자들이 최고금리 인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향후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높다.


최고금리 인하의 명분은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ㆍ저신용자 같은 서민들, 즉 금융 소외계층의 과도한 이자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형편 어려운 이들의 부담 경감이라는 당위에 반대할 사람이 있겠는가. 문제는 최고금리 인하가 이들을 대출 절벽으로 내몰 수 있다는 데 있다.


최철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한국대부금융협회 주최로 열린 '제11회 소비자금융 콘퍼런스'에서 최고금리가 4%포인트 인하될 경우 약 57만명이 제도권 밖으로 떠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는 자금의 조달비용, 차주의 신용도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로 산정되는데 금융회사가 20%의 금리로는 돈을 빌려주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별 수 없이 불법 사금융에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최고금리를 1%포인트 내리면 적어도 26조원에 달하는 저신용자들의 대출수요가 불법 사금융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봤다.


최고금리를 내리면서도 이런 우려를 할 필요가 없는 묘안이 존재 가능한 지 의문이다. 정책이 그 배경의 선의(善意)와는 무관하게 대상이 되는 이들을 더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임대차3법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에 대한 단선적 접근에서 탈피하는 것이 선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더 유리할 지도 모른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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