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동시에 미투로 침몰 위기…'완전고용' 트럼프 아성 역부족 분석도
민주당원들은 '젊음·유색인종·여성' 원해…절친 오바마도 침묵
코로나 대응 등 국정운영 경험 돋보여…해리스 지목하며 '대인배' 이미지
트럼프 '바이든 경선 중도탈락 오판, 코로나 재확산 여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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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지난해 4월25일 ‘타도 트럼프’를 외치며 대선전에 뛰어든 조 바이든의 시작은 불안했다. 불필요한 신체접촉으로 잇달아 ‘미투’ 논란에 휩싸여 또다시 중도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 가뜩이나 78세의 고령에 나이에, 그것도 주류의 상징인 백인 남성, 38년간의 정치인 인생 등 신선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커리어로 경기호황을 앞세워 ‘완전고용’을 실현한 한 트럼프의 아성을 뛰어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민주당 지지층 역시 ‘젊음·유색인종·여성’을 차기 대통령의 ‘3대 조건’으로 내걸 정도로 ‘변화’를 요구하고 있던 때였다.
8년간 대통령·부통령으로 브로맨스를 자랑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차 바이든에게 힘을 실어주길 망설였던 이유다. 그러나 1년 7개월 후 바이든은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대권 도전 3수 만에 제46대 미 대통령 당선인 자리에 올랐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것은 28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은 왜 트럼프가 아닌 바이든을 선택했을까?
각종 논란 속…‘대인배’ 모습으로 돌파
민주당은 20여 명의 주자가 난립한 속에서도 결국 ‘본선 경쟁력’을 택했다. 여러 논란에도, 러스트벨트의 백인 노동자표를 잠식할 수 있는 ‘트럼프 대항마’인 바이든을 택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바이든은 경선 초기 아이오와(2월3일)·뉴햄프셔(2월11일)에서 각각 4·5위의 참혹한 성적표를 확인하는 등 말 그대로 지옥을 맛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 대선에서 2016년 트럼프에 빼앗긴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북부 ‘러스트벨트’ 3개 지역을 모두 회수했다는 점에서 당시 민주당의 선택은 정확했음을 증명했다.
이후 바이든은 풍부한 정치 이력·국정경험을 바탕으로 단 한 번도 트럼프와의 지지율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 경선에서 과거 버싱 정책(busing·학교 버스에 흑백 학생이 섞여 앉도록 하는 정책)에 반대한 바이든의 이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 후보에 앉히며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준 점,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트럼프와의 차별성을 부각한 점 등도 선거 승리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잦은 실언과 이를 빌미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건강 이상설’ 공격은 2차례의 TV토론에서 완승을 거두며 잠재웠다.
다만, 아킬레스건이었던 아들 헌터 바이든을 둘러싼 이른바 우크라이나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던 것은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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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제2의 젭 부시’…트럼프의 오판
트럼프의 오판도 바이든 승리에 한 몫을 했다. 복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 3월초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선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바이든의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한 일종의 대책회의가 열렸다고 한다. 당시 한 참모는 “갈수록 좌파적으로 변하는 민주당원들이 78세의 백인 후보에 만족해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더 새롭고, 더 신선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다른 참모는 “바이든이 좌파로 쏠리는 한 긴장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회의에서 가장 주목됐던 순간은 한 자문위원이 “바이든은 ‘제2의 젭 부시’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았을 때였다. 이 자문위원은 “미국의 대선 역사를 잘 살펴보면 (대선 본선을 향해) 이륙하기도 전에 침몰한 지지율 1위 후보자들의 시신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고도 했다. 2015년 초 공화당 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렸던 젭 부시는 당시 트럼프 후보의 조롱에 농락당하다, 세 번째 경선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서 4위로 마감한 후 사퇴한 인물이다.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바이든의 위협을 낮게 평가한 셈이다. 당시 트럼프는 버니 샌더스·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좌파 인물들이 상대하기 쉬울 것으로 봤으나 바이든 역시 대적할 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깔아뭉갠 것이다.
트럼프의 오만, 코로나까지 얕봐…‘패착’
트럼프의 오만은 대선 막판까지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플로리다주(州) 유세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파우치를 해고하라’고 외치자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 조언 고맙다”고 답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해고하겠다는 의미였다.
“내가 이기면 파우치를 기용하고 트럼프를 해고할 것”이라고 맞받은 바이든의 발언과 대비됐다. 대선 막판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재유행이 최고조에 달할 때였던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의 발언은 말 그대로 ‘패착’이었다.
지난 5월 반(反) 인종차별 시위 당시 법·질서 재확립만을 외친 점, 지난 9월29일 첫 TV토론 당시 말 자르기·끼어들기로 인한 ‘불통’ 이미지 역시 흑인·여성 등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의 등을 돌리게 한 결정적 요인이라고 WP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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