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트럼프의 대통령직 리얼리티 쇼에 미국민들 염증
트럼프의 분열에 지친 유권자들은 화합의 바이든 선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당선자.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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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조 바이든 당선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승리함에 따라 두 사람의 승패에 대한 분석이 각각 이루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CNN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직을 리얼리티 쇼처럼 수행하고 리더십이 근본적으로 결여됐기 때문이라며 5가지 실패 요인을 내놨다.
같은 날 영국의 BBC는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 비결을 조명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5가지 요인을 그의 승리 비결로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언론들이 일제히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승리 소식을 전한 뒤 버지니아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마치고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가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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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재선 실패 요인 : CNN은 트럼프 대통령 낙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일관되게 보여준 자기 과시적 행동, 자초한 반트럼프 정서, 공화당 내부 결속 실패, 코로나19로 드러난 리더십 부재 등 5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로써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한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겠다는 메시지만으로도 쉽게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줬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통령선거 역사상 1992년 이후 28년 만의 재선 실패 대통령이 됐다. 현직 대통령의 재선 실패는 아버지 부시 이후 처음이다.
1. 미국인들 트럼프 허세에 싫증 : CNN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부터 많은 미국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일련의 비관례적이고 진정성이 결여된 행동에 싫증을 느꼈다.
그의 끝없는 트윗, 분노, 음모론, 그가 벌이는 사소한 싸움들, 그를 둘러싼 혼란, 습관적인 거짓말,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포용력 부족과 공감 결여에 많은 미국인이 실망했다.
또한 일의 본질에 대한 심각성이나 관심의 명백한 결여, 민주주의의 규칙·규범·법과 기본 제도에 대한 노골적인 경멸에 많은 사람이 경악했다.
게다가 가장 나쁜 인종주의와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분열적이고 추악한 호소 등이 미국의 미래와 국가 존재 가치에 대한 우려를 높여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트럼프 타워에서 금빛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반이민 정책을 내놓으며 정치에 뛰어든 순간부터 인종과 문화의 분열 가져오는 일에 에너지를 소모했다.
2. 스스로 반트럼프 정서 결집 원인 제공 :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모든 행동에는 그에 상응하는 반작용이 있다는 정치판의 뉴턴의 제3법칙에도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근거지에서도 회의감에 불을 지핀 것은 물론 그의 지배를 끝내기로 결심한 미국인을 단결시켰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 점을 잘 이용했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을 트럼프의 강경 정치에 대한 해독제로서 부각시켰다. 분열자가 아니라 치유자의 모습이었다.
바이든 당선자는 역사상 어떤 대통령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어 큰 표차로 트럼프 대통령을 이겼다.
여성, 소수자, 젊은이들로 구성된 광범위한 연합체가 바이든 당선자를 지지했다. 한때 공화당 지지의 보루였던 교외 지역도 트럼프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
바이든 당선자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4년 전 힐러리 클린턴보다 남성, 노인, 노동자 계층으로부터 더 많은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3. 코로나19로 드러난 리더십의 부재 : 지난 4년간 미국 경제는 굳건하게 성장해 연임을 노리는 대통령에게 큰 호재였만, 코로나19의 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리더십 부재가 노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외부 요인과 자신의 정적들 탓으로 돌리며 분열을 더욱 조장했다. 이로써 많은 엘리트 과학자와 공중보건 전문가의 저항을 자초했다.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브리핑은 해결책보다 논쟁을 낳았고 때로는 그의 기괴한 정치 선전 무대로 바뀌었다.
그러는 동안 24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생계를 잃었다.
여기에 더해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조지 플로이드가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을 눌려 숨지는 사간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치유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공포를 조장하고 자신을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고 선언하며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를 탄압했다.
4. 공화당 내부 결속 실패 :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일부 지지 세력을 상실하며 대선 실패를 예고했다. 공화당의 전 정부 관리들 중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를 나타내는 인사들이 속출했다.
공화당 텃밭인 애리조나주가 민주당 지지로 넘어간 이면에는 고(故)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 여사가 남편을 무시한 트럼프에 등을 돌리고 바이든 지지를 나타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또한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필 스콧 버몬트 주지사 등은 공개적으로 트럼프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화당 원로인 밋 롬니 상원의원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바 있으며 그의 부정 선거 주장에도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5. 바이든, 치유와 화해 메시지 위력 발휘 : 트럼프 대통령에 맞선 바이든 당선자가 한 일은 치유와 화해의 메시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 속에서 이 단순한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고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힘을 발휘했다.
결국 분열의 정치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맹렬하게 실행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마침내 그 한계를 만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 그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은 것이 결코 아니다. 리얼리티 쇼 성향의 대통령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미국인에게 상기시킨 것이 그를 재선 실패로 몰고 갔다고 CNN은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 연설을 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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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당선 성공 요인 : BBC의 분석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자를 탄생시킨 5가지 요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제된 선거운동, 트럼프만 아니면 된다는 정서, 중도적 노선 유지, 풍부한 선거자금 등이다.
1. 코로나19 바이러스 :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중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이는 올해 미국인들의 삶에 정치관을 크게 바꾸었다. 그가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었다.
퓨리서치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신뢰감에 있어서는 바이든 당선인 트럼프 대통령보다 17%포인트 앞섰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그에 따른 경기 둔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성장과 번영에 대한 그의 선거운동 메시지를 퇴색시켰다.
2. 선거운동 자제 :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선거운동 활동을 최대한 자제함으로써 고질적으로 따라다니던 말실수 등의 악재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선거운동 기간 중 코로나19 대유행을 비롯해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과 연관 시위, 경제적 혼란 등의 보다 국가적인 이슈가 많았다는 점도 보탬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의 대중 노출을 제한하고, 선거캠프의 활동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피로나 부주의로 인한 말실수 발생 가능성을 줄인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두고 '숨은 바이든'이라는 조롱을 날리며 공격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결실을 맺었다.
3. 트럼프만 아니면 돼 : 바이든 당선인이 유권자들의 공감을 산 큰 메시지 중 하나는 그가 트럼프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치게 극단적이고 선동적인 단점을 파고들어 미국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보다 차분하고 안정된 리더십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데 정치적 운명을 걸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바이든과 트럼프 간의 양자택일이 아닌 트럼프에 대한 심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인간성에 지쳤기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을 선택했다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4. 중도 노선 유지 : 그는 민주당 내에서 다른 대선 후보 출마자들에 비해 좌파적 성격이 강한 인물이었으나, 막상 대선에서는 중도적 전략을 고수했다.
그는 진보 세력의 압력에도 보편적인 국민건강보험, 무상 대학 교육, 부유세 등을 거부함으로써 보수 세력과 공화당 지지자들을 포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낸 전략이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을 선택한 일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환경과 기후 변화에 관해서도 과거의 엄격한 제한과 규제를 유지하면서도 신재생 에너지 산업 육성이라는 균형을 맞춤으로서 일자리 축소 우려를 불식시켰다.
5. 풍부한 선거자금 : 대선 운동 초기 바이든 당선자의 선거운동 진영은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4월부터는 자금 모금이 활기를 되찾았다.
10월 초 바이든 선거캠프는 트럼프 진영보다 현금이 1억4400만달러(약 1615억원) 더 많아 거의 모든 주요 격전지 주에서 공화당의 홍보 광고를 압도할 수 있었다.
보수적인 애리조나주에서 판세를 뒤집고 조지아주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며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은 선거자금 활용이 원활했기 때문이다.
금전적 우위가 반드시 선거 향배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미국인들의 TV 시청 시간이 늘어난 점은 분명히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에 보탬이 됐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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