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미국 대선에서 주요 언론이 당선인으로 확정 보도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선언을 한 뒤 지자자와 함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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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자로 미 언론이 확정 보도한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미국(미국인)’이라는 단어를 4배 이상 많이 쓴 걸로 나타났다. ‘분열된 나라’를 매만지는 게 급하다는 진단에 따른 처방으로 보인다. 곳곳에서 외교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할 힌트도 줬다. 안팎으로 예고된 ‘트럼프 지우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임자와 완전히 다른 통치비전을 제시했다고 총평했다. 트럼프는 8회에 불과했는데…8일(현지시간) 바이든 선거캠프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전날 진행한 15분간의 대선 승리 연설에서 미국(인)을 뜻하는 ‘America(n)’를 33회 말했다. ‘우리(we·43회)’를 제외한 최다 거론 단어다. ‘모두(all)’가 13회, ‘만들다(make)’, ‘국가(nation·national)’, ‘시간(time)’이 각각 12회로 뒤를 잇는다.
2016년 대선 승리자로서 연설을 한 트럼프 대통령과 비교하면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을 더 우선순위에 뒀다는 게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33차례나 ‘모두(all)’를 거론해 최다 사용 단어에 올렸다. ‘사람(people·24회)’, ‘감사(thank·22회)’, ‘위대한(great·22회)’ 등도 많이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 말하고 싶다. 언제나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고 ‘미국 우선주의’를 공표했지만, 정작 미국이란 단어 사용은 8차례에 그쳤다. 그는 백악관 초대 비서실장에 앉힌 레인스 프리버스 당시 공화당 전국위원장의 이름을 9차례 불러 미국보다 자주 말했다. 루디 줄리니아 전 뉴욕시장도 4차례 언급하는 등 측근을 각별히 챙겼다.바이든 “미국의 영혼 회복” 부르짖다‘최고 치유 책임자’를 자처했다. 그는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다”며 “미국의 영혼을 회복하는 데 진력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영혼’은 3차례나 강조했다. 당파성에 치우쳐 반목하는 미국 사회에 대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상대를 적으로 다루는 걸 그만둬야 한다”며 “우린 적이 아니라 미국인”이라고 호소했다. |
또 “나라의 근간인 중산층을 재건하겠다”면서 “바이러스를 통제할 때까진 경제를 고칠 수 없다”고 강조, 과학에 기반한 경제회복에 진력할 뜻을 밝혔다. 정권인수팀에 과학자와 전문가를 지명하겠다고 해 밀도와 다양성을 갖춘 내각 구성도 예상된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8일(현지시간) 새로운 날을 알리는 해가 떠오르고 있다. 왼쪽부터 링컨기념관, 워싱턴기념탑, 의회가 보인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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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미국…세계의 등불”바이든 당선인의 연설엔 강약이 절묘하게 조화된 외교 언어가 배치돼 있다. 그는 “세계에서 존경받는 미국을 다시 만들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외교 탓에 세계 질서에서 ‘붕 뜬’ 미국을 제자리로 돌려 놓겠다는 의미다. 이어 “나는 미국이 전 세계의 등불이라고 믿는다”며 “우린 힘의 본보기일뿐만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써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자주의 재개’로 요약할 수 있는 흐름이지만, 바이든 당선인이 외교 분야에서 의정 활동 경력의 대부분을 쌓은 ‘고수’인 만큼 미국의 자존심을 견지하며 움직이겠다는 의중이 읽힌다.
터키 재무장관을 지낸 커말 더비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펠로는 “바이든이 다자주의 접근 전략을 강력하게 추구하면 강대국간 경쟁 탓에 완전히 분열된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스튜어트 패트릭 미국외교협회(CFR) 선임펠로는 이날 블룸버그에 “그(바이든 당선인)는 깊은 안도의 한숨으로 환영받겠지만,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이 죽지 않았다는 인식이 있기에 길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장기적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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