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장막 뒤 큰손' 평가 최측근 클레인 내정…후속인사 잇따를 듯
독불장군 원맨쇼→비서실장 중심 '시스템 통치' 복원…"트럼프 시대 혼란 거부"
바이든 "내각 참여 공화당에도 제안" …클레인, '협치내각' 통합·치유 고리될까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론 클레인 |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을 시작으로 첫 인선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첫 인사를 통해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쐐기박기에 나선 것이다. 이번 인선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제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양대 과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비선출 최고직'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는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으로 첫 단추를 끼운 만큼 백악관은 물론 내각에 대한 후속 인선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측근 클레인…코로나 대응·경기회복부터 시동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오랜 최측근 참모이자 워싱턴 정가의 정치 전문가로 꼽히는 론 클레인(59)을 초대 비서실장에 낙점했다.
클레인은 1989년부터 당시 상원의원이던 바이든 당선인을 도와왔다. 바이든 당선인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할 때는 그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민주당의 '장막 뒤 큰손'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캠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전문가 인선, 핵심 공략 개발, TV토론 준비 등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클레인의 비서실장 낙점은 일찌감치 예견돼왔다.
클레인은 당장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후 최대 과제인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활성화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년 '에볼라 차르'에 임명돼 바이러스 대응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또 바이든 당선인의 부통령 재직 당시인 2009년 그의 비서실장으로서 72억 달러 규모의 미국 경기부양법(The 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제정을 총괄한 바 있다.
'바이든 백악관' 초대 비서실장에 낙점된 론 클레인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낙점한 론 클레인이 지난 2014년 11월 13일 에볼라 대응 조정관으로서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에볼라 관련 기관장들을 상대로 발언하고 있는 모습. jsmoon@yna.co.kr |
클레인 내정을 계기로 바이든 시대의 백악관은 참모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마이웨이'식 독주를 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는 영향력 제한 등 비서실장의 역할이 바뀌었다면서 바이든 당선인의 클레인 낙점은 "혼란이 주도해온 대통령직을 넘어서려는 계획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백악관 내부가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고위 관리들이 주변에 포진한 가운데 '한 명의 매니저'(비서실장)가 책임을 지는 형태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스템에 의한 통치과정에서 비서실장이 핵심 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WP는 이번 인사에 대해 트럼프 시대의 혼란에 대한 거부를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클레인에 대해 위기의 시기에 국가를 단합으로 이끌 적임자라면서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한국전 기념비에 헌화하는 바이든 당선인 (필라델피아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필라델피아의 한국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jsmoon@yna.co.kr |
◇"경험·능력 중시" 후속인사 가늠자…공화당 인사 기용 가능성
바이든 당선인의 클레인 비서실장 내정은 지난 7일 대선 승리 선언 이후 닷새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인선에 대해 바이든 당선인이 새 정부를 이끌 고위직을 채우기 위해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고위직 및 각료 후보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바이든 당선인은 후속 인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클레인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될 수 있다.
이번 비서실장 인선이 향후 인선을 가늠할 수 있는 방향타가 될 수도 있다.
NYT는 바이든 당선인이 수년간 그의 곁을 지켜온 워싱턴의 '이너서클'에 의존하겠다는 의향을 내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NYT는 다른 기사에서 바이든 시대는 백인과 남성 위주였던 트럼프 행정부 장관들과 달리 여성, 소수인종, 성소수자 등이 망라된 '다양성 내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바이든 당선인이 (향후 인선 기준으로) 경험과 능력, 정치적 민첩성에 크게 의존하겠다는 초기 신호"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후속 인선은 오는 26일 추수감사절 전후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10일 "추수감사절 전에는 적어도 한두 명 정도는 알릴 수 있는 위치에 있길 바란다"면서 후속 인사를 예고했다고 미 NBC뉴스가 보도했다.
NBC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내각 자리는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인사에게도 제안될 것"이라고 밝혀 '협치 내각' 구상을 밝혔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은 초당파주의·전통·정상화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현직 주지사, 의회, 재계 등을 중심으로 공화당 인사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요직에 들어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백악관과 의회, 대선캠프 등 워싱턴 정가에서 오랜 경험을 갖춘 정무형 참모 클레인의 비서실장 발탁으로 '협치 내각' 구성을 통한 바이든 행정부의 치유와 통합 행보가 탄력을 받을지도 주목된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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