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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석달도 안 돼 약발 떨어진 부동산대책… "더 꺼낼 대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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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동 일대 아파트단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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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김포 풍무센트럴푸르지오 84.98㎡는 지난 7일 7억8,600만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석달 전인 8월에는 같은 면적이 5억원대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8억원대까지 넘보는 분위기다.

#. 부산 해운대구 더샵센텀스타에선 지난달 21일 12억2,500만원(전용면적 135.65㎡·17층)으로 최고가 거래가 나왔다. 8월20일에 거래된 같은 면적 아파트의 거래가는 10억2,000만원(10층)이었다.

#. 경북 경산시에도 최고가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중산동의 힐스테이트펜타힐즈 84.15㎡는 지난 2일 5억5,450만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는데, 6월까지만 해도 5억원 넘는 거래가 1건도 없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규제지역으로 묶인 수도권은 그나마 안정된 편이지만 경기 일부와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격히 치솟는 양상이다. 전례없는 전세난이 한동안 눌려 있던 매매 수요에 다시 불을 붙이며 정부가 불과 3개월 여 전인 올 여름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규제 및 공급대책까지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렇다 할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가격 상승의 시발점은 전세난인데, 이제 와 기존 정책을 뒤집거나 더 강화하기 여의치 않은 데다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는 것도 불가능해서다. 규제지역을 더 확대하는 처방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또 다른 '풍선효과'를 불러 올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0.13→0.17→0.21%... 다시 오르는 집값


12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이번주(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을 보면, 수도권은 0.15%로 전주와 동일한 반면 지방은 0.19%에서 0.27%로 크게 뛰었다. 지방 아파트값 급등으로 전국 상승률도 지난주 0.17%에서 0.21%로 오름폭을 키웠다.

눈에 띄는 건, 지방 부동산 강세가 갈수록 '전국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종시를 비롯한 충청도가 강세를 이끌다 지난달부터 김포 등 경기도의 비규제 도시, 5대 광역시로 상승세가 번졌고 이번 주엔 경남이 0.06%에서 0.26%로 가장 크게 뛰었다.

이는 시장에서도 "예상 못한 상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여름 6·17 대책을 시작으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고, 이후 전국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0.10% 안팎까지 낮아졌다. 특히 8·4 공급 대책과 후속 발표를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패닉바잉(공포매수)'도 점차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10월26일 0.13%로 궤도를 이탈한 후 11월2일 0.17%, 9일 0.21% 등 다시 오름폭이 커지는 분위기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사실 규제 여파로 지방 부동산에서 먼저 곡소리가 날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이렇게 빨리 상승 추세가 재연될 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대란이 불러온 부작용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새 임대차법 시행과 입주물량 감소로 전월세 주택 공급이 축소됐고 중장기적으로 임대료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더해지며 매매수요 증가를 자극하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특히나 규제에서 자유로운 수도권 외곽과 중소형 주택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매매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일보

다시 치솟는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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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해법 없는 정부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이견을 조율 중이지만 대책의 윤곽조차 잡히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빈집을 직접 매입한 뒤 임대로 공급하는 매입임대나 전세임대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단기간에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공급할 해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중론이다.

지방 아파트의 가격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규제지역을 확대하는 카드도 꺼낼 가능성이 높은데, 전세난을 해결할 대책과는 무관하다는 한계가 있다.

시장에서는 △임대사업자 혜택 확대 △실거주요건 완화 △한시적 양도세 인하 등이 전월세 주택공급을 단기간에 늘릴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다주택자의 투기소득 환수 등 현 정부가 펴온 핵심적인 부동산 정책 기조에 반하는 것이라 현실화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단기 대책으로 내놓을 카드는 없어 보인다"며 "그나마 세입자의 고통을 줄여주려면 월세 세액공제 확대나 전세로 임대를 내놓는 집주인에 대한 세금 우대, 새 임대차법 시행에 따른 분쟁조정 개설 지역 확대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예 임대차법을 더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란 주장도 나온다. 참여연대 정책위원 김남근 변호사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는 사실 임대시장 안정기였던 현 정부 초기에 도입했어야 했는데 가격 상승 시점에 도입돼 부작용이 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 6월까지 유예된 전월세 신고제 시행을 내년 초로 앞당기고 이를 바탕으로 신규 임대차 계약에 대해서도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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