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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대선 때 등장하는 메시아급 기대주, 이번엔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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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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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11월 9일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차장검사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 연수원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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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기대했던 차기 대권 ‘메시아’는 등장하지 않았다.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에 연루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1월 6일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았다. 친문(親 문재인계) 세력에게 김 지사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권주자 양강 구도를 깰 수 있는 후보로 기대됐다. 하지만 일부 유죄 판결로 대권주자 대열에서 사실상 이탈했다.

‘대권 메시아’는 오히려 야권에서 등장했다. 한길리서치 정기여론조사(쿠키뉴스 의뢰, 11월 7∼9일 조사, 유선전화면접 23%+무선ARS 77%)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를 물리치고 차기 대권주자 1위로 떠오른 것이다. 윤 총장은 24.7%의 지지율로, 이낙연 대표(22.2%)의 지지율을 오차범위(±3.1%p) 안에서 넘어섰다. 이재명 지사는 18.4%로 3위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의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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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지율 30·40대, 충청권 급등

2022년 3월 대선을 불과 16개월 남긴 11월 초, 차기 대권주자 판도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윤 총장의 돌풍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조사를 실시한 후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10월 정기여론조사를 한 후 불과 한달 사이에 놀랄 만한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큰 변화가 없던 윤 총장의 지지율이 최근 한달 사이 급상승한 것이다. 홍 소장은 “그동안 윤 총장이 조용히 있다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관련 조치에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밝히면서 지지율 급상승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전체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를 하지 않았다. 범여권 주자 지지도 조사, 범야권 주자 지지도 조사만 이뤄졌다. 여기에서 윤 총장은 범야권 지지도 조사에서 11.4%로 1위를 차지했다. 11월 조사에서는 범야권 지지도 조사에서 22.6%로, 두 배나 뛰어올랐다.

동일한 범야권 지지도 조사의 한달 사이 변화를 보면 어떤 계층이 윤 총장을 대권 메시아로 기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보수 성향 응답자에게서는 한달 사이 지지율이 두 배로 상승했다. 전체 지지율과 똑같은 두 배 상승 양상을 보인 것이다.

한달 사이 세 배 가까이 상승한 계층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여성 지지율이 세 배 정도 뛰어올랐다. 30대와 40대 그리고 충청권 지지율이 세 배가량 뛰어올랐다. 홍형식 소장은 “윤 총장을 통해 여론조사에서 메시아적 현상이 나타난 것은 그동안 야권 성향뿐만 아니라 중도층으로 민주당 비판이 확산됐고, 그 강도도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치권에서 등장한 대권 메시아는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당시 안랩 전 대표), 2017년 대선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있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윤 총장이 이들처럼 여론조사에서 메시아로 등장한 것이다. 세 사람은 비정치권에서 등장해 정치권 대권주자를 물리치고 여론조사에서 1위로 올라선 공통점을 갖게 됐다. 이들은 기존의 정치권을 불신하고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중도층의 지지로 바람처럼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오바마와 마크롱의 공통점은

안철수 대표와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그해 대선을 앞두고 불출마 선언을 했다. 현실 정치에 부딪혀 좌절을 맛보았다. 때문에 차기 대권주자 경쟁에서 바람처럼 등장한 윤 총장이 대선을 앞두고 과연 정치권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고 있다. 게다가 윤 총장은 현재 검찰총장의 신분이다. 홍 소장은 “윤 총장이 현실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서 마치 ‘정도령’처럼 등장했지만 실제 이런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또 “특히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지난 선거의 잇따른 실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개혁하지 않은 상황에서 윤 총장이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 야권 성향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야권은 정치 입문이 불확실한 윤 총장을 제외하면 두각을 나타내는 주자가 없는데다 민주당 역시 친문 주류의 확실한 지지를 받는 유력 주자가 없어 차기 대권은 백가쟁명식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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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치권 대권 메시아와 달리 정치권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주자는 실제 대권의 꿈을 이루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세계 정치에서도 변화의 열망을 이끌어내면서 대선에서 승리한 지도자들이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다. 안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해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지도자의 공통점은 아웃사이더들로, 변화에 대한 열망과 기득권 엘리트에 대한 환멸이라는 시대정신을 업고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여권 대권주자의 양강 구도를 이끄는 이재명 지사나 이낙연 대표 역시 출발선에서는 정치개혁의 기대를 끌어안으면서 대권주자 대열에 등장했다. 하지만 최근 두 대권주자의 지지율은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민주당의 두 양강 주자에게는 야권 대표주자로 윤석열 총장이 강력하게 등장했기 때문에 반사 효과로 여전히 양강의 구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양강 중 어느 한쪽이 지역 기반이나 세대 기반을 상실할 경우 제3의 후보가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일원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예를 보더라도 전체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1%의 지지율로 시작해 돌풍의 주역이 됐다”면서 “무당층이 많은 청년 세대들의 기대를 안고 새로운 주자가 부각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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