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한진그룹에 아시아나 매각하는 방안 검토 / 과거 한진해운이 파산위기에 내몰렸을 때 현대상선과의 합병 불발로 해운업 몰락 자초했던 경험 반면교사가 됐다는 분석 / 국적 1·2위 항공사가 무너질 경우 기간산업 회복 불가능할 위기에 처할 수 있어 / 정부 차원에서 항공업 재편 염두에 두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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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대한항공(한진그룹)에 아시아나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옛 한진해운이 파산위기에 내몰렸을 때 현대상선과의 합병 불발로 해운업 몰락을 자초했던 경험이 반면교사가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적 1·2위 항공사가 무너질 경우 기간산업 회복이 불가능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 항공업 재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채권단 중심의 빅딜 검토를 놓고 말을 아끼는 모습이지만 유리한 거래조건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업계와 뉴스1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각각 173대, 86대의 기단을 운영 중이다. 만약 두 회사가 뭉칠 경우 산술적으로는 260대 규모의 기단을 운영하는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로 덩치가 커진다.
규모의 경제를 감안했을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하나로 뭉치는 시나리오가 나쁘지는 않다. 실제 미국은 90년대까지 여러 항공사가 경쟁구도를 형성했으나 이합집산을 거쳐 빅3(유나이티드,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체제로 어느 정도 정리됐다.
유럽 역시 2010년 전후로 항공사간 합병이 이뤄지며 규모의 경제를 키웠다. 영국항공과 이베리아항공(2010년)은 합병을 통해 지주사 IAG를 설립하고 이 회사 산하 기업으로 전환했다. 에어프랑스도 네덜란드의 KLM과 2004년 합병했다.
자금사정이나 경영체제 등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노선 합리화, 지점 운영비용 절감, 정비 및 관리 효율화 등 규모의 경제 구현에 따른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채권단은 한 지붕 즉 지주사 체제에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국제선 이용객 감소 등 경영사정을 감안했을 때 아시아나 인수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채권단 자금지원이 전제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거래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아시아나 영구채 8000억원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아시아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보유 중인 영구채 8000억원 전액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약 37%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빅딜에서 산업은행이 이 주식을 한진칼 등에 현물 출자하고 그 대가로 한진칼 등의 주식을 받아 주요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호산업의 아시아나 보유지분(30.77%)의 경우 산은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진칼 등에 자금을 투입하면 한진칼 등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한진그룹은 큰 자금부담 없이 아시아나를 산하로 둘 수 있다.
무엇보다 채권단 지원을 통해 아시아나 인수가 이뤄진다면 KCGI·반도·조현아 전 부사장 3자 연합의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 시장은 주목한다.
아시아나 채권단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지원하면 필연적으로 지주사 의결권을 가지게 된다. 국적 1·2위 항공사 재편에 참여한 아시아나 채권단 입장에서는 경영체제 안정이 중요하다.
지주사 지분을 보유한 아시아나 채권단이 경영권 위협 방어에 나서면 3자 연합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KCGI가 아시아나 채권단의 대한항공·아시아나 딜 검토에 즉각 반박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방식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은 노선 독과점이라는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가로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풀어야할 숙제가 상당하지만 옛 한진해운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가 국적 1·2위 항공사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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