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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세계 금리 흐름

3년만에 최고금리 年 20%로 인하… 암울한 2금융권·대부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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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현행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카드사·캐피탈사·저축은행·대부업체 등 2금융권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고신용·고소득자들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은행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서민층이 주고객인 2금융권과 대부업체 사이에선 벌써부터 신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24%에서 연 20%로 낮추기로 한다는 당정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2018년 2월 연 27.9%에서 연 24%로 최고금리를 낮춘 지 약 3년만에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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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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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곳은 대부업체다. 법정 최고금리 연 24%에서도 생사의 기로에 섰던 업계에서는 당장 신규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2년 전 최고 금리가 연 24%로 인하된 뒤 영업이 어려워진 대형 대부업체들이 문을 닫았고, 이용자도 2017년말 247만3000명에서 지난해말 177만7000명으로 줄었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소위 ‘빅5’ 대부업체 중에서도 지난해와 올해부터 신규 대출을 더이상 취급하지 않고 있는 곳이 2곳에 이르는 등 2018년 금리 인하의 영향이 아직까지 미치고 있는 상황인데, 추가 인하를 단행한다니 더욱 암울해진 상황"이라며 "이미 다음달부터 새 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채권 추심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업체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고 했다.

당국의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최근 카드론 등 대출로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는 카드사에도 최고금리 인하 소식은 적지 않은 타격이다. 카드론은 주로 7~10등급의 저신용자가 대상이다. 수수료율(금리)은 최대 연 23.9%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카드론 이용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3조원) 대비 10.5%(2조4000억원) 늘었다. 여기에 수수료율 추가 인하 움직임까지 본격화하며 카드업계 상황은 악화일로다.

저축은행과 캐피탈사에서는 소급 적용에 대한 압박도 부담이 크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업체별 연 24% 초과 대출 취급 분을 공개했다. 이에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는 이들 대출을 대상으로 자율적인 금리 인하 소급 적용에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의 금리 초과 대출액은 7704억원, 캐피탈사는 566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이날 소급 적용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최고금리 인하가 시행되면 자율 조치 형태로 자연히 소급 적용 압박이 뒤따른다"며 "금리 연 24% 초과분에 대한 소급 적용 방안을 내놓은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소급 적용을 해야 하느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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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권과 대부업계에선 시행 시기가 내년 하반기라 다소 여유가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최고 금리 인하로 생길 부작용을 바라보는 당국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향후 3~4년에 걸쳐 약 31만6000명이 금융 이용을 축소하고, 이중 3만9000명이 불법사금융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출 경우, 약 57만명의 대출 초과 수요가 발생하며 상당수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는 이런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저신용자 대상 정책 서민금융상품 등의 공급을 연간 2700억원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병행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책 서민금융상품도 결국 금융사의 출연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금융사가 부담하라는 격"이라고 했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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