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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 시작부터 잡음… KCGI,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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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18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연합뉴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다퉈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그룹·KCGI 측 ‘3자 연합’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반발해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의 반발은 아시아나 인수 ‘빅딜’이 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인수 반대 KCGI,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대립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18일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한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KCGI는 “지난 16일 졸속 결정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한진칼 이사회가 현재의 지분 구도를 크게 변동시키는 내용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데 대해 법원에 긴급히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KCGI는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들의 신주 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신주 발행이 무효라는 것은 우리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데도 한진칼 이사회는 주주들의 의견에 대한 어떠한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고 심지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 등에 관한 아무런 실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신주발행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한진칼 유상증자는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첫 단추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한진칼에 유상증자 5000억원, 교환사채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을 투입한다. 이에 한진칼은 지난 16일 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의결 사실을 공시했다. 한진칼은 “이번 유상증자는 정부의 산업정책에 따라 산은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한진칼 및 대한항공의 경영정상화와 항공산업의 개편을 추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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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추진’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이정문, 오기형, 이용우 의원. 뉴시스


◆“혈세로 재벌 총수 특혜 의혹” 정치권도 반발

반도건설, 조 전 부사장과 연대해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하고 조 회장 측과 대립해온 KCGI 측은 이에 대해 ‘국민 혈세로 조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주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해왔다.

현재 KCGI 등 주주연합의 우호 지분율은 46.71%,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41.4% 수준으로, 주주연합 측이 우세하다. 산은이 50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지분율 10.66%의 주요 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이번 인수합병이 산은과 조 회장 사이 공감대를 통해 이뤄진 만큼 산은이 조 회장의 우군이 되리라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산은이 대한항공에 바로 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한진칼을 통해 우회한 것도 ‘골칫거리’ 아시아나를 떠넘기는 대신 조 회장의 경영권을 지켜주는 식으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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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제32차 한미재계회의 총회 2일차'에 참석해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공로패를 전달받은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조 회장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18일 “산은에서 먼저 (인수) 의향을 물어봤을 때 할 수 있다고만 이야기했다”며 특혜를 받기 위해 산은에 먼저 인수 제안을 한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대기업 특혜’ 지적을 방어하듯 산은도 한진칼과 투자합의서를 체결하며 한진칼이 지켜야 할 7대 의무 조항을 넣었다. 의무조항에는 산은이 조 회장 경영을 감시하고 필요할 경우 경영진을 교체할 수도 있는 장치가 담겼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한진칼 주주들은 산업은행의 한진칼 우회 지원에 대해 재벌 총수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특정 오너(사주)를 정부가 도와주는 식의 모습이 보여서 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용우·박용진·민형배 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부담이 있던 산업은행과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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