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선모(29)씨도 마찬가지였다. ‘코인 광풍’에 휩쓸려 2018년 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여러 코인을 사놓은 선씨도 최근 코인거래소 빗썸의 비밀번호를 다시 찾았다. 선씨는 "‘망했다’는 생각에 신경도 안쓰고 10년을 더 묵혀놓으려고 했는데 비트코인이 급등했다는 소식에 빗썸에 다시 들어갔다"며 "워낙 고점에서 사 원금회복을 못했지만 수익률은 -55%로 낮아졌다. 팔지 않고 더 버티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선DB |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오르면서 몇년간 거래를 중단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하나둘씩 다시 코인거래소로 몰리고 있다. 19일 오후 기준으로 빗썸·업비트·코빗에서 비트코인 시세는 1980만원 선이다. 전날 2030만원 가까이 올랐던 것에 비하면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2000만원 근처에서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최근 한 달 사이 60% 가까이 급등했다. 비트코인이 2000만원을 넘은 것은 2018년 1월 14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 17일 비트코인 가격은 1만7639달러로 연중 고점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인 코인 광풍으로 비트코인 시세가 2018년 1월에는 25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정부의 코인 규제 방침과 거품 논란이 불거지면서 거래량과 가격이 급락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300만원대까지 하락했고 이후 800만~1200만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해왔다.
코인 가격 급등으로 거품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코인 열풍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년 전과 같은 광풍과는 다르게 각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늘리면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대체 안전자산으로 비트코인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2017년 광풍과 2018년에 급속히 시장이 위축된 점을 보면 이번에도 일회성으로 그칠지 모른다는 예상이 많지만, 상황은 그때와 많이 다르다"고 했다. 한 연구원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식 양도세를 인상한 것이란 소식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에 기관투자자들이 몰리는 점도 한몫했다. 스퀘어에 이어 페이팔도 디지털자산 구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비트코인 상승을 부추겼다. JP모건과 씨티(Citi)도 비트코인을 금과 경쟁할 수 있는 자산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붐 영향까지 겹쳤다. 디파이란 암호화폐를 빌려주고 이자로 수익을 내는 식의 금융생태계를 뜻한다. 디파이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암호화폐 시장에서 대안이 됐다.
다만 뚜렷한 이유 없이 가격이 급등한 만큼 언제든 가격 조정 시기가 올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규모가 작은 암호화폐의 경우 소수의 ‘큰 손’에 휘둘려 시세가 요동칠 수 있다.
비트코인 급등으로 국내 유명 코인거래소는 한숨을 돌린 모양새다. 이들은 3년 전 광풍 당시 인력을 늘리고 서버를 증설하는 등 몸집을 키웠지만 비트코인 폭락과 함께 거래량이 줄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코인거래소 중 방문자 수가 가장 많은 빗썸은 코인 광풍 당시 400명까지 인력을 늘렸지만 최근 250여명으로 감소했다.
빗썸의 총 거래량은 지난 17일 기준 3758억원으로 1년전(2697억원)과 비교해 40% 늘었다. 비트코인 거래량도 586억원에서 689억원으로 18% 증가했다. 빗썸 관계자는 "업체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대형 코인거래소는 이번 급등세로 거래량 등 상황이 나아졌다"라고 했다.
그러나 코인거래소들이 마냥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다른 코인거래소 관계자는 "비트코인 열풍이 돌아오는 주기를 알거나 관련 데이터가 쌓이면 ‘이쯤이면 상황이 나아지겠다’라고 감을 잡을 수 있는데, 워낙 초기이고 관련 데이터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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