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료들, 바이든 측과 비공식 접촉
"당파적 고려보다 국가에 대한 의무 우선"
트럼프 주변서도 '패배 인정' 확산하는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보건의료노동자와의 화상 대화를 위해 델라웨어주 윌밍턴 퀸스극장에 입장하고 있다. 윌밍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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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 전·현직 관료 상당수가 조 바이든 당선인 측과 접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명시적일 수는 없지만 사실상 정권 교체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이 가속화하고 있는 방증일 수 있다.
미국 CNN방송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현직 고위 관료가 바이든 당선인 측에 비공식적 브리핑이나 정보 제공 등을 제안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료는 "바이든 당선인 측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접촉했고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전직 관료는 자신과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든 당선인 측 인사에게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보내 돕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전직 관료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당파적 고려를 떠나 국가에 대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공식적인 브리핑만큼 상세할 수는 없겠지만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맞닥뜨릴 현안과 정책과제를 이해하고 이에 대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국익을 위해 올바른 행보라는 얘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부정선거를 주장하는데다 연방총무청(GSA)이 바이든 당선인 인정을 미루고 있어 구체적인 움직임까지 포착된 건 아니다.
바이든 당선인 측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연일 원활한 정권 이양을 촉구하는 동시에 비공식적인 경로를 확보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앞서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이 짐 매티스 전 국방장관 시절의 전직 국방부 관료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고위직들이 돌연 경질되고 친(親)트럼프 인사들이 채워지는 등 혼란이 계속되자 현직 관료들과의 접촉 대신 차선책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바이든 인수위와의 접촉을 엄격히 금지하는 부처도 있다. 대표적인 트럼프 충성파 중 한 명인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GSA의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바이든 인수위와 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인데도 바이든 당선인 측에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무게추는 이미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처음부터 강력히 지지해온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바이든 당선인에게 정보 브리핑을 하도록 촉구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서다. 이는 대선 불복 소송을 계속하더라도 승패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현실적인 판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위부대 내에도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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