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2000만원 뚫은 비트코인… “부활” vs “버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위클리 리포트]2년 10개월만에 최고가 거래

“3년 전과 상황 달라 더 뛸 것”

“거품 여전… 위험한 투기자산”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동안 잊혀졌던 투자 상품인 가상화폐가 다시 돌아왔다.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이 2년 10개월 만에 2000만 원을 넘어섰다. 과거 ‘코인 광풍’ 때와 다르다는 장밋빛 전망과 여전히 거품이라는 회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0일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비트코인은 2009만5000원에 거래됐다. 앞서 18일 2000만 원을 넘어선 뒤 등락을 거듭하며 사흘째 2000만 원 안팎에서 거래를 이어갔다.

비트코인 국내 시세가 2000만 원대에 올라선 건 2018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한 달 새 50% 넘게 올랐고, 올해 초와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넘치는 유동성에 페이팔,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국내외 비트코인 시장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 움직임이 빨라졌고,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친(親)가상화폐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금을 대체할 투자수단” “내년 말 3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반면 “여전히 화폐 기능이 미흡한 위험한 투기자산”이라는 반론이 적지 않다. 정부는 내년 10월부터 가상화폐 수익에 20%의 소득세를 물리기로 했다.

“기관들 가세해 시장 탄탄” vs “아직 검증 덜된 위험자산”

[위클리 리포트]비트코인, 34개월 만에 2000만원 재돌파… 희망과 우려 교차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 씨(29)는 최근 약 2년간 묵혀둔 가상화폐 계좌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2018년 초 투자한 뒤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던 비트코인이 어느 새 높은 수익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전 정 씨의 투자금 약 700만 원은 현재 1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비트코인 시세가 연일 급등하며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1BTC(비트코인의 화폐단위)당 834만3000원이던 비트코인은 18일 2000만 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이 2000만 원을 넘긴 건 2018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동아일보

가상화폐 대표 종목인 비트코인 가격이 2018년 1월 이후 처음으로 2000만 원대에 올라섰다. 올해 첫날 가격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올랐다. 18일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2018년 초 종가 기준 250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가 같은 해 12월 350만 원대로 폭락하면서 수많은 투자자를 절망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달 17일까지 비트코인 수익률은 124.9%. 증권가의 주요 지수와 자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삼성증권 집계에 따르면 이 기간 테슬라,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가 이끈 미국 나스닥지수가 32.6%, 금값은 24.1% 올랐다.

비트코인 시세가 다시 치솟자 이번 상승장은 제2의 ‘튤립버블’로 불렸던 2017년 비트코인 상승장과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과 기관들의 투자, 각국의 규제, 정치적 상황 등 구체적인 상승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전히 화폐로서의 기능은 미흡한 위험한 투기성 자산”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3년 전과 분위기가 다르다”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3년 전과 비교해 거시적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 약세가 겹치면서 대안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대선 결과도 비트코인 상승 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에 가상자산 옹호론자로 알려진 게리 겐슬러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의장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시장을 달아오르게 한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그동안 분산됐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비트코인으로 집중되는 점도 호재다.

그동안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금융시장의 ‘큰손’, 미국 투자은행(IB)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가세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개인 중심이던 가상화폐시장이 기관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추가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JP모건은 올해 5월부터 미국의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제미니와 파트너십을 맺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은행,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 미 주요 은행들도 7월 미 통화감독청의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 승인 이후 관련 시장 공략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역시 자회사를 설립해 지난해부터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수탁 사업에 나서고 있고, 동남아 최대 은행인 싱가포르의 DBS도 가상자산 거래소 출범 계획을 밝혔다. 이용자 수 3억5000만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기업 페이팔이 이달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거래 및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점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호재가 됐다.

내로라하는 투자의 귀재들도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짐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회장이 3월부터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데 이어 최고의 헤지펀드 투자자 중 한 명인 스캔리 드러켄밀러 역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금보다 투자 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세기의 금(金)? 아직은 검증 안 돼”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비트코인 랠리가 ‘가상화폐’ 전반을 아우르는 추세가 아닌 만큼 가상화폐별로도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2018년의 가상화폐 열풍이 가상화폐공개(ICO) 자체에 대한 붐이었다면 최근의 상승세는 비트코인이라는 대장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3년 전 상승 흐름을 함께했던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이오스 등 다양한 가상화폐 가운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하곤 대부분 하락장에 들어선 뒤 여전히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도 여전히 엇갈린다. 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을 ‘21세기의 금(金)’으로 표현하며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 말 31만8000만 달러(약 3억5428만 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미 행정부가 금과 달러의 교환(금태환) 중단을 선언하자 직전 50년간 온스당 20∼35달러에 머물던 금값이 단숨에 80달러로 뛰었던 것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본 것이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가상화폐는 실물로 존재하지 않는 만큼 ‘금’에 직접 비교하기 어렵고, 여전히 돈세탁이나 불법 자금 조달 등에 쓰일 수 있는 등 불완전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는 주장이 아직까지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이 시장에 나온 11년 동안 일부 위험 투자자의 관심만 끌었고, 주된 투자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투자회사 이글브룩 어드바이저스 설립자 크리스 킹은 “궁극적으로 비트코인은 여전히 위험한 투기성 자산”이라며 “총자산의 5% 이상을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기관투자가 전용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영국 LMAX의 애널리스트 조엘 크루거는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한 뒤엔 다시 급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실생활에서 화폐로 쓰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가상화폐 시장에선 옥석가리기가 이뤄진 상태”라며 “가상화폐 시장 전반보단 ‘자산’의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판단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김형민 기자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