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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스페인 독감'의 유산, '독감·폐렴' 중복감염 마침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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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구균 HtrA 효소 증가→기도 세포벽 돌파, 면역계 무력화

코로나19도 유사한 기제 가능성…미 국립과학원회보에 논문

연합뉴스

유행 빈도가 높은 H1N1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미국 NIAID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플루엔자(독감)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증보다 2차 세균성 폐렴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1918~1920년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 팬데믹(대유행)에서 건강한 10대 후반 젊은이들이 목숨을 많이 잃은 것도 주로 폐렴구균 등의 중복 감염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역사회(community-acquired) 폐렴은 흔히 폐렴구균 감염을 통해 퍼진다.

이렇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에게 폐렴구균의 2차 감염 위험이 커지는 이유를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연구진이 밝혀냈다.

연구진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의 개요를 27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에 공개했다.

동물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하기도(하부 기도)에 침입하면 비타민C 같은 항산화 물질과 영양소가 혈액에서 감염 조직으로 빠져나가, 박테리아 성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폐에 조성됐다.

연합뉴스

기도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미 CDC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기도(氣道)는 공기가 폐로 전달되는 통로인데 크게 상기도(비강에서 인두까지)와 하기도( 후두·기관·기관지)로 나누어진다.

폐렴구균은 이런 염증성 환경에 맞춰 HtrA라는 박테리아 효소의 생성을 늘렸다.

HtrA 효소는 면역계를 약하게 만들고, 폐렴구균이 기도 내부의 세포층을 뚫고 들어가게 도왔다.

연구를 주도한 카롤린스카 의대의 헨리크베스 노르마르크 교수는 "인플루엔자에 걸린 상태에서 폐렴구균의 성장은 항산화물질과 영양분이 풍부한 환경, 그런 환경에 적응해 면역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박테리아의 능력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이 발견은 장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폐렴구균의 중복 감염에 쓸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일단 HtrA 효소의 생성이나 작용을 약물로 억제해, 폐렴구균의 성장을 차단하는 접근이 가능할 거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연관성도 주목된다.

물론 이런 메커니즘으로 이뤄지는 폐렴구균의 2차 감염에 코로나19 환자가 취약한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카롤린스카 연구진은 급성 호흡곤란 등을 보이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도 비슷한 기제가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헨리크베스 노르마르크 교수는 "원인이 무엇이든지 폐에 급성 염증이 생기면 혈액에서 항산화 물질과 영양분이 빠져나와 박테리아 성장에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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