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천청사 법무부청사. 김창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법농단’ 사건 수사·공소유지를 총괄하는 부장검사가 수사 중 확보한 법원행정처의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문건을 다른 부서에 제공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이 해당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를 확인해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법무부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이 같은 문건 작성·배포를 지시한 책임이 있다며 징계 청구·직무집행정지 명령과 함께 수사의뢰를 했다.
단성한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1팀장(부장검사)은 28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서 “저를 비롯한 사법행정권 남용(국정농단) 사건 공소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검사들은 이 자료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은 물론 다른 어떤 부서에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단 팀장은 “이 자료(‘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문건)는 법관들의 인사 관련 자료로서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 등을 담고 있다”며 “수사 단계부터 다른 증거들보다 훨씬 더 엄격히 관리해왔다. 관련 파트 수사, 공판 담당 검사가 관리하면서 허용된 범위 내에서만 사용될 수 있도록 엄격히 통제했고, 전자문서화된 자료들은 파일에 패스워드를 설정해 관리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 25일 “(대검의) ‘판사 불법 사찰’ 문건에는 특정 재판부의 특정 판사를 지목하며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포함’이라고 기재돼 있다. (대검이) 법원행정처의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를 확인하고 작성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법적 권한 없는 기관이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 분석, 관리하는 것이 사찰”이라며 이 혐의 등을 근거로 지난 24일 윤 총장에 대해 징계 청구·직무집행정지 명령을 했다. 26일엔 대검에 수사의뢰도 했다.
단 팀장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작성한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에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포함’이라는 내용이 적힌 데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법원행정처의)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가 아니라 사법농단 사건 공판 관여 검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일 수 있다는 정도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단 팀장에 따르면 2019년 초 사법농단 사건 피고인의 변호인은 재판부 합의실에서 검찰 측에게 “검찰에서 증거로 신청한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문건에 배석 판사에 관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며 “재판의 공정성 관련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검찰에서 이를 제외하고 증거로 신청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제안했다고 한다. 검찰 측은 “그 부분만 제외할 수 없다. 다만 그 부분이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니 증거조사 과정에서 현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역제안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단 팀장은 “공소사실 쟁점에 비춰 법관 (인사) 불이익 관련 증거에 배석판사에 관한 내용이 기재돼있는 것은 향후 재판의 공정성과 관련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이 내용을 공판팀 다른 검사들과도 공유했고 소속 부장께도 보고했다”며 “올해 2월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작성된 보고서에 위 배석판사가 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이 어떤 경위로 기재됐는지에 대해서는, 성상욱 부장검사의 설명에 비춰, 저희 사건 공판관여 검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일 수 있다는 정도로 추측한다”고 했다.
단 팀장은 법무부나 대검 감찰부가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문건을 확보한 사법농단 사건 수사팀에 해명을 요구하거나 질문을 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정부 때도 윤 총장(당시 국정원 특별수사팀 팀장)은 소위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셨고 그 일로 감찰과 징계 절차를 겪으셨다”며 “저도 당시 수사팀원으로서 그 과정을 지켜봤고, 참고인 조사도 받았다. 적어도 그 때는 처분의 당부를 떠나 법에 정해진 절차는 지켜졌던 것 같다. 사실관계 자체를 날조하거나 왜곡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법무부 감찰 조사와 징계 청구는 너무 많은 적법절차를 위반하거나 무시했고, 사실을 왜곡·날조했으며, 수사권까지 남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역사적 퇴행이 너무 슬프다”고 썼다.
단 팀장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수집한 정보와 문건 작성은 수사정보정책관실 직무범위에 포함된다고도 밝혔다. 그는 “대검 각 부서는 검찰총장의 사무를 보좌·보조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라며 “총장의 지시에 따라 반부패강력부에서 수행하던 업무 일부를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행하거나,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반부패강력부 업무 일부를 지원해주는 일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문제된 보고서 내용 수집이 불법 법관 사찰에 해당하려면, 재판부를 압박하거나 보복하기 위해 어떤 약점을 수집하거나 그런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혐의도 없이 내사를 했다는 등의 위법성이 드러나야 할 것 같다”며 “보고서 내용만으로 그런 사실이 상상이나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자낳세에 묻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