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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김현미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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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공급대책 지적받자 궤변

정부의 11·19 전세 대책이 ‘맹탕’이라는 비판 속에 전세난이 계속 심해지는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정부 전세 대책에 아파트 공급 방안이 빠진 것을 지적하는 의원들에게 “5년 전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면서 단기간에 아파트 공급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제대로 된 공급책은 외면한 채 줄곧 반(反)시장적 부동산 대책만 밀어붙이다가 온 국민이 고통받게 됐는데, 장관이 책임질 생각은 안 하고 한가한 소리, 전 정권 탓만 한다” “김 장관은 얼마 전까지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해왔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선일보

김현미(왼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정부 전세 대책에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김 장관은“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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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 만들겠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파트 매물 부족으로 전세 문제가 생겼는데 1~2인 가구 중심의 대책을 내놨다”고 지적하자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며 “아파트는 공사기간이 많이 걸려 당장 마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이어 “5년 전 인허가 물량 감소로 2021~2022년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 수밖에 없다”며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세대나 빌라 등을 좋은 품질로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최근까지 국회와 방송 등에서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고, 공급시스템 부실이 문제”라고 해왔다. 김 장관 발언에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럴 줄 알면서 재건축·재개발은 왜 틀어막았나” “왜 꼭 정부가 빵을 만들어야 하나”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더니 아파트는 주택이 아니라는 거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전세 대책이 언제쯤 효과를 거둘 것 같으냐”고 질문하자 김 장관은 “내년 봄쯤 되면 시장에 안정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는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기 때문에 전세난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두고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호텔 거지를 양산한다”고 지적하자 김 장관은 “실제 현장에 가보셨느냐”며 반박했다. 김 장관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5만~30만원 정도인데, 현장에 가보면 청년에게 굉장히 힘이 되는 주택을 정부가 공급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H 사장 “전세 대책 부채, 감당 가능한 수준”

정부의 전세 대책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담을 늘려 LH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책에 포함된 공공임대주택 11만4100가구 중 약 80%를 LH가 공급해야 해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LH 부채는 지난해 126조6800억원에서 올 상반기 131조8500억원으로 늘었다.

변창흠 LH 사장은 부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대책으로 인한 추가 부채 규모에 대해 “대략 8조2000억~10조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LH가 임대주택을 건설·운영하며 발생하는 손실을 택지(宅地) 매각 수익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결국엔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LH가 부채비율 폭등을 막으려면 세금으로 자본금을 늘리거나 구조조정 등을 통해 고정비를 낮춰야 한다. LH 자본금은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 출자금이 86.6%고, 나머지 13.4%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충당한다.

김현미 장관은 “LH가 국가 임무를 하는데 평가에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 기금 융자나 보증금 등은 부채비율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출금이나 임대 보증금은 엄연한 부채 항목인데 이를 부채비율 산정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회계 분식(粉飾)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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